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특정회사에 자산을 몰아주는 행위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골프존이 최대주주의 자산을 양수하려고 한 과정에서 매도주체가 가진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골프존은 최근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최대주주 골프존뉴딘의 조이마루 사업부를 약 948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주주총회 결의가 현행 법령 위반이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이는 KB자산운용이 지난 4월25일 대전지방법원에 골프존의 주총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조이마루 사업부의 가격이 실질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면서 소송을 냈다.


앞서 골프존은 지난 3월9일 이사회에서 골프존뉴딘과의 양수계약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고 같은 달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해당계약 승인을 의결했다. 당시 주총에는 전체 의결권의 82.1%가 행사됐다. 이 안건은 참석 의결권 중  361만6013주의 찬성표를 얻어 결의됐다. 골프존의 거래상대방인 골프존뉴딘은 골프존의 최대주주로 지배지분인 총 348만2809주(지분율 55.5%)가 대부분 행사된 것이다.

반면 해당 안건에 대해 주요주주인 KB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은 반대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KB자산운용이 115만9186주(18.47%), 국민연금 37만6969주(6.01%)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결의가 법령 위반이라며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골프존의 최대주주인 골프존뉴딘은 현행법상 계약 당사자로서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찬성의견을 내 계약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골프존뉴딘이 보유한 의결권을 무효로 할 경우 찬성의족수 미달로 해당 안건에 대한 결의는 취소된다.


골프존은 이 판결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고 양수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이 소를 제기한지 약 2주 만이다. 이 회사는 양수 계약을 ‘법률상 또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경우’로 판단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골프존이)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을 해제해 놀랐다”면서 “처음에는 끝까지 (소송을)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간의 자산거래는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부의 이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사례는 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라고 밝혔다.

반면 골프존의 입장은 다르다. 법적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골프존은 “법적인 다툼이 진행될 경우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적 불안정성을 안고 진행하기에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신속하게 양수도 계약의 해제를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골프존은 해당 결의에 대해 “상법을 위반한 행위가 아닌 상법 해석상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며 “계약을 해제한 상황에서 법리다툼을 진행할 이유가 없어 조기종료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과반수 이상의 지배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진행한 사안에 대해 자산운용사과 국민연금이 ‘부당하다’며 중단시킨 사례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에는 계열사간의 거래에서 거래당사자가 가진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있다”며 “외국의 경우를 감안하면 유별나거나 새로운 판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하급심(1,2심) 판결은 대법원 판례 같은 사실상의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다른 재판에 참고 사항으로 사실상의 영향은 끼친다. 동일한 법리에 대해 한 재판부가 판결한 내역이 있다면 상황이 다르거나 재판부의 판단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는 이상 참고자료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계열사간의 자산거래를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때 거래당사자의 의결권이 제외되는 만큼 나머지 주주에게 그만큼 많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느쪽 주주들이 보기에도 합리적인 거래로 해야한다는 뜻이다. 

실제 골프존이 골프존뉴딘과의 자산양수도 계약을 주총에서 의결할 때 행사된 소액주주 의결권은 약 13만주(소액주주 전체 지분율 대비 약 10%) 수준으로 매우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