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올 1~4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34조65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아직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하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커머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유통업체들은 올 들어 대규모 투자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며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익성은 낮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온라인쇼핑을 유통채널의 미래로 점찍은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SK플래닛은 지난달 19일 인적분할방식으로 11번가사업부분을 분할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후 11번가 신설법인은 사모펀드(PEF) H&Q코리아에 지분 18.2%를 넘기고 5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SK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11번가의 서비스와 상품을 혁신하고 그룹의 ICT패밀리(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플래닛)와의 시너지로 이커머스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약 9조원으로 G마켓·옥션·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5조원)에 이은 2위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623억원을 기록했지만 SK플래닛은 영업적자 249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1000억원가량이 11번가의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관계자는 “거래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내년쯤이면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와 SK그룹 ICT패밀리와의 시너지 등을 앞세워 빠르게 온라인사업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11번가가 SK그룹 ICT패밀리의 프리미엄 멤버십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고 SK텔레콤과 SK플래닛의 인공지능(AI)과 데이터분석 기술 등도 온라인사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그룹도 지난 5월 백화점·마트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합치고 앞으로 5년간 3조원가량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7조원(2017년) 수준인 온라인 매출을 2022년까지 2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롯데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8조원으로 3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의 새로운 먹거리사업은 이커머스”라며 “이머커스를 오프라인사업과 연계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는 게 롯데의 숙명적 과제로 성장성 정체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돌파구로 온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도 올 초 1조원 규모 이커머스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금액을 해외에서 투자받고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진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이커머스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 그룹 내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대부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확보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채용박람회에서 “하남 미사지구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물류센터가 들어갈 예정”이라며 “온라인의 심장부이자 분사할 SSG닷컴의 핵심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온라인사업 통합 플랫폼인 SSG닷컴을 통해 쇼핑에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하고 선진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에는 온라인매출 10조원으로 현재의 5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게 신세계의 목표다.
소셜커머스 3사 중 매출 기준 1위(지난해 기준 2조6846억원) 쿠팡은 지난 4월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42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다만 물류망 확보와 상품매입 등 공격적 투자로 지난 3년간 누적적자가 1조7511억원에 달해 지속적으로 투자금이 유입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픈마켓 1위인 이베이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투자금 유입 없이 오랜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1조원에 가까운 매출(지난해 9519억원)에 업계 유일의 영업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SK·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만큼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이커머스시장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이 가세한 만큼 이커머스시장의 출혈경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치킨게임을 벌였던 기존 업체들은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이커머스사업을 영위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기존 사업자들도 자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소셜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구축한 온라인 상품라인은 아무리 대기업이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오더라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그들이 따라오는 동안 우리는 다시 거리를 벌릴 것이기 때문에 단숨에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