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한도·부가 서비스’가 성공 열쇠

‘카드수수료 제로’. 자영업자에겐 꿈같은 얘기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신용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더라도 카드수수료 때문에 경영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이 적지 않다. 선거철마다 이들 표심을 잡기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공약이 넘치는 이유다. 특히 6·13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카드수수료가 없는 결제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페이와 경남페이가 그것이다. 시도 내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각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가능성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관건은 신용카드 기능 탑재와 소비자 유인 가능여부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방식은 신용카드라기보다 체크카드에 가깝다. 결제계좌에 돈이 없으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이용을 장려할 유인책도 마땅찮다. 결제수단 차별을 금지한 의무수납제가 이 서비스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지자체의 페이서비스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6월13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이 확실시 된 박원순 후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페이 성공 가를 ‘두가지’

카드수수료는 소비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카드로 구매할 때 해당 가맹점(자영업자)이 신용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로 최고 수수료율은 2.5%(7월31일부터 2.3%)다. 연매출 5억원 이하의 가맹점은 1.3%, 3억원 이하는 0.8%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수수료율은 꾸준히 낮아졌지만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치권의 시도는 진행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서울페이도 그 일환이다. 서울페이는 박 시장의 주요 공약이다. 신용카드 결제망을 거치지 않아 가맹점이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박 시장은 연내 서울페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페이의 ‘카드수수료 제로’ 원리는 계좌이체 방식이다. QR코드를 활용한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유사한 모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가맹점의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결제액이 소비자의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넘어가는 식이다.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앱투앱’(App to App) 방식도 거론되는데 원리는 마찬가지다. 밴(VAN)사가 구축한 부가가치통신망(신용카드결제망)을 거치지 않아 가맹점주는 카드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공약인 경남페이 역시 이러한 모델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첫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는 소비자가 신용을 담보로 결제액을 훗날 낼 수 있도록 한다. 당장 돈이 없어도 소비를 가능케 하는 결제 편의성이 극대화된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페이서비스에 이런 신용공여 기능을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탑재하더라도 소비자의 신용한도를 산정하고 발급대상을 가려내는 카드사의 주된 업무를 지자체가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명식 신용카드 학회장은 “이론적으론 신용카드 기능 탑재가 가능할지 몰라도 지자체가 실제로 운용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지자체의 페이서비스를 소비자가 많이 이용할 것이냐는 두번째 문제로 이어진다. 소상공인들이 ‘카드수수료 제로’ 혜택을 보기 위해선 소비자가 기존의 신용·체크카드 대신 이 페이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소비자의 페이서비스 이용 유인책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현재로서 서울페이나 경남페이는 체크카드 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로선 결제 편의성을 포기해야 한다.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소비자여도 부가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 포인트 적립과 같은 혜택을 지자체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의 문제다.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수익(신용판매수익)과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대출수익(금융판매수익)을 바탕으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지자체는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세금 투입 시 또 다른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연말정산 시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올해까지만 제공되지만 일몰기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세제혜택이 없는 지자체 페이서비스는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페이서비스가 해당 시도에서만 사용 가능한 점도 약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기업본사·카드사·상가임대인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노동자,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4월2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 차별책정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줄이려면…

결국 이 요건들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의 각종 페이는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계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도입, 유지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예산의 부담은 오롯이 시민의 몫이 될 것이라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의 페이서비스 이용 활성화, 나아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선 ‘의무수납제’를 손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의무수납제는 가맹점주가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고 카드결제 가격을 다른 결제수단의 판매가격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19조 1항에 명시돼있다.

여전법에 따라 소상공인은 이용자에게 페이서비스 사용 권유조차 하지 못한다. 결제수단 선택 권유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어서다. 이는 지자체가 시민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을 위해 페이서비스를 이용하라고도 권유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서울페이는 기술개발에 따른 새로운 결제수단이다. 기존의 신용카드보다 결제편의성과 고객혜택을 얼마나 더할 수 있을지가 서울페이의 성공여부를 가릴 것”이라며 “앞으로 카드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선 의무수납제를 손봐야 한다. 결제수단별 가격에 차별을 둬야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시장플레이어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