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발생한 '대한항공 KAL858기 폭파사건' 유가족이 "(주범으로 지목된) 김현희의 진술은 주어진 각본을 베껴 쓴 거짓말"이라며 "전두환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KAL858기 실종자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진상규명본부)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얀마 안다만해역 상공에서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사건을 '북한 지령에 의한 공중폭발'로 결론짓고 북한 특수공작원으로 지목된 김현희씨(58·여)를 살인·항공기폭파치사·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사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사형확정 판결 1년 만에 특별사면됐지만 실종자는 끝내 찾지 못했다.
진상규명본부는 이날 전 전 대통령을 KAL 858기 사건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김현희는 역사의 산증인이 아니라 당신(전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군사정부의 정권 연장을 위해 이용됐던 도구이자 권력의 주구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희의 진술 외에 정부당국의 수사발표를 뒷받침한 물증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폭발에 대한 물증과 KAL 858기의 잔해 등 어느 것 하나 입증되지 않은 채 오직 김현희의 진술 하나만을 믿으란 말인가"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KAL 858기 사건은 대통령 직접선거 국면에서 위기에 빠진 군사정권이 그 권력을 연장하고 남북공동올림픽 개최를 요구하던 여론을 가로막으며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저질러진 공작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진상규명본부는 ▲김현희의 자필진술서가 누더기 수준으로 수정·첨가·덧칠로 점철된 점 ▲김현희가 주장하는 북한 인민학교 입학시기와 학제가 다른 점 ▲조선노동당원임에도 당증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점 ▲안기부와 검찰 수사기록, 국정원 과거사위 조사내용 어디에도 김현희의 북한 공민증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달 발간된 '전두환 회고록'에 KAL 858기 사건 관련 허위 사실이 적시돼 있다고 보고 조만간 전 전 대통령을 고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