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진에어의 운명이 결정될 순간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물컵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선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항공법상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으로 외국인이 선임되면 위법이다.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의 이름은 에밀리 조다.
진에어는 제주항공에 이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2위다. 매출 규모에서는 1위 제주항공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국내 LCC시장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진에어는 오너가의 갑질로 회사의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진에어는 지난달 국토부가 제재 결정을 연기하자 “올바른 기업문화 구축과 고용증대로 사회에 기여해 신뢰받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진에어에 부정적이다. 위기에 빠진 진에어는 면허취소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까.

◆업계로 공 넘긴 정부


국토부는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결격사유가 있었지만 이미 문제가 해소된 상황에서 면허취소를 소급 적용하는 게 어렵다는 법리검토 소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말 진에어 면허취소를 결정하겠다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청문회’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진에어 측에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입장을 취합하는 청문회에서 결정된다. 진에어 입장에서는 오히려 취소 불가를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한 국토부가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진에어 면허취소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A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항공사는 진에어의 면허취소를 기회로 본다”며 “면허취소는 항공사의 폐업을 의미한다. 진에어가 빠지면 치열한 국내 LCC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진에어의 면허취소가 확정되면 국내 항공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B항공사 관계자는 “진에어는 국내 6개 LCC 중에서도 상위업체”라며 “(진에어 면허취소로)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가 사라진다면 외항사들의 경쟁력 강화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외항사들은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주 노선의 경우 국내 항공사 대비 최대 30만원 이상 저렴하다. 중장거리 노선은 2015년 23%에서 지난해 25.6%로 점유율을 늘리며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항공시장은 꾸준한 성장세가 전망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항공여객은 전년 대비 17.8% 늘었다. 중국 39.8%, 일본 21.1%, 유럽 12.1%, 동남아 11.7% 등의 순으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LCC 여객수는 전년 대비 31%나 늘었다. 한국시장 진입을 꾸준히 노리는 외항사 입장에서는 슬롯 부족 등의 문제로 기존 주요 노선의 증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에어의 부재를 반길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공=진에어

◆면허취소 현실화는 참사
학계에서는 진에어 면허취소에 대해 대규모 실직사태를 유발하는 ‘참사’라고 표현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에어의 정식 고용인원만 약 1900명”이라며 “이외에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실직 위험 대상은 수천명으로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진에어 면허취소 시 1900명에 달하는 인력이 모두 국내시장에 흡수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조종사, 정비사들은 고용을 하겠지만 직원 승계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나머지 시스템이나 협력업체들은 모두 다 날아간다. 국적 항공사로 흡수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 1대에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을 포함해 1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협력사, 케이터링 등 부대사업 관련된 간접고용을 고려하면 인력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국토부의 청문회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진에어가 쌓아놓은 운수권 측면에서 보면 (면허취소 시) 피해가 엄청난데 여론몰이 하듯이 하면 당연히 면허취소 얘기가 강하게 나올 거라고 본다”며 “항공산업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책임 있는 정책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문회는 여론이다. 업계 얘기를 듣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문제는 항공사업법의 유권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용을 엄격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항공산업 및 국익 차원에서 융통성 있게 적용할 것인지를 정부가 결정해야 하는데 자꾸 여론으로 책임을 미뤄선 안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진에어의 면허취소 논의를 한진해운사태와 비교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면허취소는 넌센스다. 한진해운 사례와 비슷하다고 본다”며 “결국 한진해운도 회생이냐 처분이냐의 운명에 놓였는데 결국 분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동량을 실어오고 내보내는 무역업체들은 한진해운 폐업으로 높은 운임료(해운료)를 모두 부담하게 됐다. 정부의 정책이 외국 해운사만 살찌게 했다”며 “여론과 엄격한 법적용으로 면허취소를 결정한다면 국내 항공업계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외항사에게 많은 노선을 뺏길 것이고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면허취소 피해도 타격 불가피

진에어가 극적으로 면허취소를 피한다고 해도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토부는 ‘국제 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규칙’을 개정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이 규칙은 운수권 평가 지표에 ‘사회적 책임 및 기여’로 평점 5점이 반영된다. 항공사 평가점수는 총 110점으로 국제선 노선 배분 결정은 1~2점 차이가 운명을 가른다.

사회적 책임과 기여에 대한 부분은 기업 평판 조회 등이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진에어는 아직 면허취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평판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운수권은 항공사의 경쟁력이 되는 핵심 요소다. 이 부분에서 페널티를 받는다면 미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