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초호황으로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판 업계가 '구리값 급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치열해진 글로벌 수주 경쟁으로 원재료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가운데 구리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압박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일 기준 올해 8월 평균 톤당 구리 가격은 1만4245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9646달러) 대비 47.7% 증가했다.
구리 가격 상승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칠레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 차질과 콩고민주공화국의 구리 정광(불순물 제거한 구리 광석) 수출 금지 조치도 공급 불안을 키웠다. 미국의 정련동(제련된 구리) 관세 도입 불확실성으로 관련 기업들이 물량 선점에 나서며 재고가 줄어든 것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구리는 반도체 기판의 회로를 형성하는 동박과 각 층의 회로를 연결하는 비아 도금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고사양 기판은 대면적·고다층 구조로 제작돼 범용 제품보다 동박과 도금용 구리 투입량이 많다. 제품 전체 생산 원가에서 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20%로 추산된다.
구리 가격 상승은 동박적층판(CCL)을 비롯한 반도체 기판 주요 소재 가격을 밀어올렸다.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CCL·프리프레그(PPG) 평균 매입단가는 지난해 평균보다 13% 올랐다. LG이노텍의 CCL·PPG 매입 가격도 같은 기간 6.2% 상승했다. 2분기 구리가격이 1분기보다 오른 만큼 기업들의 부담도 더 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고객사와 협의한 단가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계약 기간 중 원가가 올라도 제품 세대가 바뀌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단가를 조정하기 힘들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모두 반영하기도 어렵다. 시장 성장에 맞춰 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원재료 상승분만큼 판가를 올리면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고 신규 수주나 후속 물량 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리 가격 상승으로 CCL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판가를 인상하면서 리스크를 낮추고 있지만 원가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워 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구리값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은 구리 정광 공급 부족으로 올해 세계 정련동 생산 증가율이 0.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 제한으로 구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반도체 기판 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하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급이나 기판 공급에 차질은 없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언팩] 지금 달러 사야 하나…환율 변동의 방정식 /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되나](https://i.ytimg.com/vi/rdwHE0omcGE/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