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17년간 기업 감사, 세금 관련 업무, IB(기업금융)분야를 거쳐 기업 회생을 주로 맡아 온 세법전문가다. 지난해부터 공무원학원에서 세법 강의를 시작한 유 회계사는 세법이 좀 더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에게 세법이 생활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부의 부적절한 국고 충당 막아야
“알고 나쁜 짓을 하면 억울할 게 없지만 모르고 하는 실수만큼 억울한 게 없습니다. 세법이 일반인이 들어도 쉽게 이해하게 할 수 있게 변해야 합니다.”
유 회계사는 세법이 더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한가지 사건의 과세 여부를 판단할 때 3~4개 법령에 열개도 넘는 조항을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만큼 현행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비판 기능의 마비를 야기한다. 정부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국고를 충당해도 알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기 힘든 것이다.
“세법이 어려운 것은 국민의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법에 관심이 모이고 눈길이 쏠릴수록 세법은 단순하고 알기 쉽게 변해갈 겁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과세가 없어진다는 뜻이죠.”
최근 부동산 보유세 관련 ‘시가인정비율’이 대표적 예다. 세율을 조정해야 하는 사항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조세저항을 피하려 한 사례라는 게 유 회계사의 지적이다.
아울러 유 회계사는 세법이 국민에게 친숙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로 세무공무원 육성을 꼽았다. 실무를 경험하면서 신입 세무공무원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9급 세무직 공무원 시험에 세법은 필수과목이 아니다 보니 일단 세무공무원으로 들어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건 실무진, 퇴사자 양쪽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도 낭비입니다.”
그가 강단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대학 졸업 후 4년간 사회과목 강사를 한 경력이 있다. 회계사로 일하면서도 한국공인회계사에서 회생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당시 그의 강의는 인기를 끌어 강의실이 연일 만석이었다.
“세법을 동기 유발과목으로 만들고 싶어요. 강의마다 세법의 모든 조문이 왜 만들어졌는지 그 취지를 설명하죠. 기본적으로 세법은 국고주의입니다. 세법의 모든 조문이 어떻게든 세금을 거둬가기 위한 것이라고 가르치죠. 이를 이해하고 나면 세법이 훨씬 쉽게 느껴집니다. 다만 이런 강의는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기장 업무를 없애고 본격적으로 강의에 집중 해보려고 해요.”
◆CEO가 알아야 할 달라진 기업 회생
유 회계사는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에서 회계사를 시작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세금 컨설팅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게 회계사로서 큰 자산이 됐다. 컨설팅 업무는 단순히 자료를 넘겨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직접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세금 이슈를 찾아 해결해주는 일이다.
이 같은 업무방식과 업무과정에서 쌓인 세법 지식이 IB업무나 회생 관련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유 회계사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연간 20~25건의 기업회생 업무를 담당하는 중견 회계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매출액 기준 국내 10위권의 중견법인인 현대회계법인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회계사에게 기본 수입원이 되는 것은 기장 업무다. 기장 업무를 일부 포기하고 강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그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강의에 매진할 계획이다. 다만 강단에 서면서도 기업회생업무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기장업무에 비해 손이 덜 가고 보람이 있어 강사일과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CEO들은 부도가 날 상황이 되면 명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대기업들은 관계자 자금을 끌어 쓰고 중소기업들은 사채를 쓰는데 이런 악순환은 줄부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경영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오면 법원의 힘을 빌리라고 조언했다. 최근 회생법원이 생기면서 인가 전 폐지율이 감소하고 회생 과정에서 법원이 M&A나 면책 등을 권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인가 전 폐지율이란 기업 회생을 심사하기 전에 판사의 재량으로 회생을 거절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회생절차를 재판하는 판사들이 엄격한 도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업이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 거래처 쪽 잘못인 경우나 방만한 경영을 한 경우가 반반 정도인데 과거에는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 '회생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와 달리 최대한 기업을 살리자는 인식이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최근 회생법원이 생기고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이죠.”
최근 기업회생이 많은 업종에 대한 질문에는 “체감상으로 피부과, 치과, 성형외과 의사들이 많아졌다”며 “몇 년전에는 한의사가 많았는데 과열 경쟁으로 인한 조정으로 보인다. 또 의류제조업도 잔류했던 곳들이 전부 정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8호(2018년 7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