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과도한 근로조건으로 악명 높았던 게임업계도 이 흐름에 편승해 근로시간 완화에 나섰다. 현재 30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 해당되는 국내 게임업체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 게임빌, 펄어비스, 웹젠, 스마일게이트, 블루홀, 카카오게임즈 등이다.
그간 게임업계는 24시간 돌아가는 게임의 특성으로 ‘크런치모드’를 위시한 초과근무가 필수요소로 인식됐다. ▲불법프로그램사용자 ▲게임오류 ▲서버불안정 등 게임서비스 관련 문제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에 게임업계의 야근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열흘째를 맞은 현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9일 국내 최대 게임업계 엔씨소프트를 찾아가 분위기를 살폈다.
엔씨소프트에서 만난 직원 조모씨(34)는 이전부터 자율근무제 등을 시행해 큰 변화의 폭은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조씨는 “법시행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특히 올 1월부터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워라밸’(Work and lifebalance)를 패러디한 ‘워라발’(워크는 스마트하게 라이프는 발랄하게) 캠페인을 시행하고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다. 핵심은 유연출퇴근제다. 이 제도는 1주일에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7시부터 10시까지 30분간격으로 자신이 출퇴근 시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하루 최소 4시간부터 10시간까지 근무량을 조절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탄력적 시간근로제’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한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것이 취지다.
조씨는 “직원 개인의 특성과 부서별 업무 강도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만족하는 분위기”라며 “근무시간 단축을 두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업무태만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아직 빚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직원들이 퇴근을 빨리 하고 싶어 근무시간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워킹맘’이자 또 다른 직원 이모씨(32)는 “매일 눈치보지 않고 일찍 퇴근할 수 있어 만족한다”며 “아이가 아프거나 집안에 행사가 있을 경우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내년 출시될 차기작이 막바지 개발에 돌입하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직원 박모씨(35)는 “올해는 큰 규모의 게임 출시가 예정돼 있지 않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굵직한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크고 작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