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사진=한국지엠

내수시장 실적 회복이 절실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수입모델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초반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각각 중형 SUV 이쿼녹스와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선보였다. 두 모델은 글로벌시장에서는 없어서 못파는 인기 차종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부진한 판매실적으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단순히 판매부진을 넘어 두 차종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쿼녹스·클리오의 특별한 의미

이쿼녹스와 클리오의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판매전략의 성패를 좌우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앞으로 수입모델을 적극 도입해 국내 고객에게 선보일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생산모델과 수입모델의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국내 생산분은 기존 르노삼성 ‘태풍로고’를 부착하고 수입모델은 르노의 자체 로고인 ‘로장주’를 달게 된다. 당장 올 하반기에는 수입 상용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하반기 수입 상용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르노삼성보다 더 적극적이다. 지난 5월 정부로부터 경영정상화 지원 합의를 이끌어낸 뒤 내수회복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입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

앞서 한국지엠은 쉐보레 공식 SNS를 통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쉐보레 글로벌 모델’ 선호도 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1위부터 5위까지 대형 SUV 트래버스, 중형 SUV 이쿼녹스, 픽업트럭 콜로라도, 스포츠카 콜벳, 대형 SUV 타호 등이 포진했다. 한국지엠은 해당 모델의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


2018 부산모터쇼에서 한국지엠은 이 같은 계획을 좀 더 구체화했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도입 의지를 내비친 것. 데일 설리반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쉐보레 이쿼녹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한국에 공개한 것은 굉장히 합리적인 접근”이라며 “해당 모델의 출시 시점은 올 연말쯤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건 이쿼녹스와 클리오의 판매실적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글로벌 베스트셀링모델을 국내시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르노삼성은 클리오가 도입 명분을 살릴 지표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모델은 전체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다”며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는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을 굳이 판매량이 저조한 한국시장에 나눠 줄 이유가 없다. 국내에서도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보여야 한국법인에서도 추가 모델 도입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 클리오. /사진=르노삼성자동차

◆글로벌 히트작의 이유 있는 참패
한국지엠의 이쿼녹스와 르노삼성의 클리오의 국내 도입이 확정됐을 당시만 해도 기대감이 높았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국내시장의 부진을 털어낼 기대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클리오는 1990년 유럽에서 첫 출시된 후 누적판매대수 1400만대를 돌파했고 이쿼녹스는 2004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북미 누적판매량 230만대를 넘어선 인기모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대와 달리 낙제점 수준의 초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5월 출시한 클리오는 첫달 756대가 출고됐고 그 다음달 549대로 줄었다. 두달간 총 판매대수는 1356대에 그쳐 월 판매량 1000대를 목표로 내건 르노삼성의 포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출시된 이쿼녹스도 385대가 팔리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한국지엠 RV 모델 중 트랙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상용차인 다마스(408대)보다도 적은 숫자다.


업계에서는 이쿼녹스와 클리오의 부진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쿼녹스의 가격이 국내 경쟁차종과 비교해 높다는 것. 이쿼녹스의 판매가격은 2987만원부터다. 비슷한 차급의 경쟁차종인 현대차 싼타페의 시작 판매가격은 2895만원이고 기아차의 쏘렌토는 2840만원부터 시작된다. 르노삼성의 QM6도 디젤 기준 시작 판매가격이 2770만원이다.

이쿼녹스를 수입차로 보면 가격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대다수의 고객은 국산차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쿼녹스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모델이지만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지엠이 판매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가격 저항력이 더 큰 것 같다”며 “엄연히 따지면 수입차가 맞지만 실제 인식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클리오의 경우 수요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해당 차종이 빛을 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의 벨로스터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이지만 해치백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지난해 벨로스터는 월 평균 판매량이 20대도 안 됐고 연간 총 206대에 머물렀다.

◆하반기 판매 증가 반전 가능할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하반기 깜짝 반전을 노린다. 한국지엠은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달 가격할인 프로모션에 이쿼녹스를 포함시켰다. 재고 차량 유류비 지원과 쉐보레 재구매 추가 혜택 등으로 최대 70만원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르노삼성 역시 하반기에 판매량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는 침체됐던 소형차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며 “고객 문의가 지속되는 등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고 아직 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조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이달 고객들이 클리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클리오 전시를 진행했다. 또 카셰어링업체인 쏘카를 통해 클리오 시승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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