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외치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대한항공의 조종사노동조합 임금협상 문제는 수년째 풀리지 않은 숙제다. 올 1월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노조가 2015~201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며 한숨 돌렸지만 2017년 임금협상안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묵은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2017년 임금협상안을 놓고 대화를 가졌지만 총수일가의 갑질·비리 논란이 불거지며 잠정 중단됐다. 결국 지난 5월 이후 대화는 멈춰섰고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달 들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지만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지리한 임금협상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길 원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대한항공은 오너 퇴진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여전히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종사노조와의 갈등까지 심화되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위기 속에도 조종사노조 측과 대화를 재개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달만에 재개된 협상

노사간의 대화는 조종사노조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조종사노조는 최근 교섭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고 대한항공은 이를 받아들여 일정을 조율했다. 당초 지난 17일 재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틀 뒤로 연기됐다.

김성기 조종사노조위원장은 “17일 예정됐던 협상은 열리지 않았다”며 “회사가 사정이 있어 협상을 19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협상재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지만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입장은 여전히 극명하게 갈린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2017년 임금협상안은 총액 기준 기본급 3.0% 인상이다. 지난 4월 제시안이 2.5%였지만 0.5% 더 늘었다. 여기에 지난 5월 일반직 및 객실승무원 등에게 격려금 차원으로 지급된 50만원도 추가 옵션에 포함됐다. 반면 조종사노조 측은 대한항공이 제시한 조건보다 약 4배 많은 12.68% 인상 입장을 고수한다.

김 위원장은 “회사에서 최초 2.5%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3.0%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라며 “노조는 1차 교섭에서 제시했던 안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한진그룹 내 계열사들의 임금인상률은 거의 비슷했다”며 “회사가 각 계열사 임금안을 공평하게 관리하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같은 3%라도 직군별 급여가 다 달라 총액에 차이가 있다”고 인상률 고수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하지만 무조건 이를 고집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요구한 대로 올려줬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회사가 이를 극복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원만한 임금협상 타결을 원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협상의 목적이 임금이기 때문에 임금 외 내용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없고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라며 “회사는 나름대로 잘 풀어보겠다며 다른 것이라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입장 달라진 회사와 노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항공업계에서 ‘강성’으로 유명하다.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으레 파업에 나섰다. 2015~2016년 임금협상이 3년이나 걸렸던 것도 이 같은 성향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한항공 노조의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임 위원장인 이규남 조종사와 달리 김성기 위원장은 회사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김 위원장은 “조합원 중에는 여전히 강성을 띤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2015~2016년 임금협상으로 600일간 쟁의를 하면서 지친 상황이다. 무리하게 회사와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조원태 사장이 온 뒤 재벌승계 과정에서 연착륙하기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다”며 “조합도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 더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된 협상 누가 유리할까


업계에서는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조종사노조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본다. 이번 협상에서 다급한 쪽은 대한항공이라는 것.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2017년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올해 협상도 진행해야 한다. 협상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어지는 협상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2015~2016년 임금협상처럼 기나긴 싸움이 재연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총수일가가 각종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조종사노조가 기존의 강성 집행부와 다른 기조를 보이지만 그래도 강성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종사노조는 회사와 대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기본급 인상률 등은 변동이 없는 상태”라며 “대한항공이 각종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은 조종사노조 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0호(2018년 7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