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창고!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1관. 이 건물 1층엔 눈에 띄는 공간이 하나 있다. ‘디자인 랩(Lab)’이다. 금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공간이다. 카드 플레이트와 발급 패키지 등 현대카드·현대캐피탈과 관련한 상품 및 서비스, 이마트와 손잡고 주방에 디자인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 ‘오이스터’ 등의 디자인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얼핏 보면 무질서해 보인다. ‘창고’(storage)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사람들은 “어떤 실험도 가능한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속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탄생할 것 같은 ‘창고’(warehouse)의 이미지를 띤다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내부 전체를 감싸는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도 인상적이다. 안에서만 바깥을 볼 수 있는 원웨이(One-way) 유리를 사용해 채광을 높였다. 또 ‘화이트룸’이라고 불리는 디자인 1급 보안구역인 2층이 훤히 보인다. 층 사이의 유기적 연결성, 업무공간의 효율적 분리, 공간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공간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 벨이 맡았다.
◆충성도 높이는 ‘고객 참여형’ 공간
사옥 3관 9~10층에 위치한 ‘카드 팩토리’(Card Factory)도 빼놓을 수 없는 이 회사의 이색공간이다. 매년 550만장의 카드가 발급되는 공간이다. 또 고객이 이곳을 방문해 카드를 받을 수 있어 인기 공간으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카드 제조공장을 본사가 아닌 외부에 두고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현대카드가 2015년 카드팩토리를 본사에 들이고 개방한 건 카드사의 정체성이 카드 제작과정에서 나온다는 철학에서다. 이 과정을 지켜본 고객에겐 보다 브랜드 충성도를 기대할 수 있다.
사옥 1관 1층에 있는 ‘카페앤펍’은 고객이 드나들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다. 이곳은 직원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코쉐어링 오피스’다. 중앙 테이블에선 부서에 상관없이 언제나 회의가 진행된다. 한켠에 마련된 개인용 데스크에선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을 엿볼 수 있다. 직원이 디지털 언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메뉴판, 휴지통, 안내문 등을 ‘코딩 언어 파이썬’으로 적어 놓은 건 이색적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색공간은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이라며 “새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선 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 만든 애자일오피스 역시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