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지난 4월 출시된 유병력자실손보험(유병자실손보험)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조짐이다. 그동안 손해보험사만 판매했던 유병자실손보험 상품을 삼성생명이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생보업계 1위 업체의 시장 진출에도 여전히 유병자실손보험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시각이 있어 상품판매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년층 수요 힘입어 '초기 흥행'


지난 4월 출시된 유병자실손보험은 정책성보험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나름의 인기를 구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병자실손보험은 4월 한달간 약 5만건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자실손보험을 출시한 보험사는 모두 손보사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흥국화재 등 7곳이다.

앞서 정책성 실손보험이었던 노후실손보험의 한달 판매 건수가 1626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돌풍 수준이다. 애초 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실손보험이 정책성보험에 불과해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정책성보험인 노후실손보험의 실적은 출시 후 4년 동안 일반 실손보험 판매량의 0.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병자실손보험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적어도 판매 초기에는 빗나간 셈이다. 유병자실손보험은 심사 항목을 18개에서 6개로 축소하고 투약 여부도 심사에서 제외하는 등 가입 절차를 대폭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혈압·당뇨병 등 질병 이력이나 만성 질환이 있어도 최근 2년 동안 입원, 수술, 7일 이상 통원, 30일 이상 투약 등 치료 이력이 없다면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질병이 있는 중장년층에게 실손보험 가입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에 가입문턱을 낮추자 반응은 뜨거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병자실손보험 전체 피보험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40.8%로 나타났고 50대 이상으로 보면 전체 가입자의 78.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수요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예상 밖으로 잠재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보험사들도 판매를 촉진하는 분위기다. 특히 생보사도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7월16일 생보사 중 처음으로 유병자실손보험을 출시했다. 75세까지 유병자 고객이면 가입이 가능하며 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3만4800원이다(50세 남성·전체담보 가입 기준). 이는 기존 관련 상품을 출시한 삼성화재(4만238원), 현대해상(3만7283원), KB손보(3만5257원) 등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유병력자도 가입 가능한 실손의료보험 출시 브리핑 모습./사진=뉴스1

NH농협생명과 한화생명도 조만간 유병자실손보험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NH농협생명은 유병자실손보험의 주요 고객층이 중장년층임을 감안해 농촌을 대상으로 상품판매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손보사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현대해상은 유병자실손보험 가입 가능 나이를 기존 70세에서 75세로 상향조정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 5월부터 백내장·비염·치질·하지정맥류 등의 수술을 받았거나 최근 10일 이내에 경증 질환으로 입·통원 등 36개 질병에 노출됐어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인수조건을 완화하는 등 상품경쟁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줄어든 판매실적, 성공여부 지켜봐야

유병자실손보험은 초기 선전으로 인해 앞으로 설계사들의 영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보험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보험설계사들은 실손보험상품을 다른 상품과 함께 파는 일명 '끼워팔기'로 다뤘다.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높지않아 설계사들의 수당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상품이 아니어서 미끼상품이 필요했다. 미끼상품으로는 '국민보험'인 실손보험이 제격이었지만 당국이 끼워팔기를 전격 금지하며 설계사들도 실손보험 영업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료=금융위원회

하지만 설계사들은 이제 유병자실손보험을 통해 다른 상품을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유병자실손보험을 출시하며 유병자건강보험과 유병자종신보험을 연계해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보험사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병자실손보험의 전망이 어둡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판매사가 10개까지 늘어날 예정이지만 여전히 많은 보험사는 관련 상품 출시를 망설인다. 기존 판매사도 당국에 떠밀리듯 판매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7%에 달했다. 손해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다. 그나마 유병자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3~4배에 달하는 보험료로 손해율을 상쇄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하기 힘들어 보험사도 판매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도 벅찬 상황"이라며 "중장년층 고객 유치 차원에서 판매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실익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판매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병자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 손보사의 지난 5월 한달간 판매 건수는 3만3052건으로 전달에 비해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호응만큼 인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병자실손보험을 판매 중인 한 손보사는 "4월 판매와 달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유병자실손보험 판매량이 계속해서 하락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도한 유병자실손보험 연계판매가 진행되면 당국이 또다시 '끼워팔기' 제재를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기 판매가 많지만 보험사들이 여전히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를 우려하고 있어 많이 팔려도 좋아할지 의문"이라며 "정책성보험의 성공사례가 없다는 점도 유병자실손보험의 성공을 전망하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