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항공면허취소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에 이어 한차례 더 청문회를 가진 뒤 면허 자문회의를 거쳐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달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면허취소는 사형선고와 같다. 모든 사업행위가 ‘올스톱’되기 때문. 절체절명의 상황에 최정호 진에어 대표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최 대표는 청문회에서 항공법의 법리적 모순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형평성 문제 및 직원들의 생계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진에어 면허취소 ‘시나리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국토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토부는 이달 들어 진에어의 신규 항공기 등록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표면상 이유는 진에어가 등록신청을 철회했기 때문이지만 실상은 국토부 측이 답변을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진에어가 면허취소를 논의 중인 상황에서 신규 사업확장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청문회도 비공개를 고수했다. 진에어는 투명한 절차와 진행을 이유로 공개청문회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국토부가 이를 일축함에 따라 면허취소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과연 국토부는 실제로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을까.
진에어 면허취소 관련 예상 시나리오는 ▲면허취소 불가 ▲6개월 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면허취소 1~3년 유예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진에어 입장에서는 면허취소 불가 판정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진에어 관계자는 “청문회는 면허취소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며 “면허취소가 되지 않는 것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제재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는 6개월 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이다. 항공법상 운항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릴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항공법에는 외국인 등기임원 등재 시 면허취소 제재를 내리도록 돼 있다. 2008년 6월 개정된 항공법에는 면허취소 또는 6개월 이내 사업정지를 하도록 명시됐지만 이는 진에어의 사례에 적용되지 않는다. 과징금에 대한 규정 역시 항공법 내 어떤 규정에도 적시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진에어에 내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제재는 면허취소다. 물론 국토부가 최종적으로 면허취소를 결정해도 곧바로 회사가 문을 닫는 수순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진에어의 직접고용 규모는 약 1900명이다. 국토부가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둬 대규모 실직 사태를 최소화시키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사 등 간접고용 규모를 포함하면 진에어 면허취소로 생계를 위협받는 인원은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취소를 강행할 경우 고용불안 해소 등을 위해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이 기간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 한때 SK그룹과 한화그룹 등이 진에어 인수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양측은 모두 부인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기업은 이들 2곳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SK그룹은 최근 최규남 전 제주항공 사장을 영입했고 한화그룹은 신규 LCC 설립을 준비하던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면허취소가 현실화돼 매물로 나온다면 많은 기업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며 “항공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고 진에어는 국내 항공시장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진에어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확실한 자금력이 없으면 섣불리 인수에 나설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비장의 카드는 행정소송
진에어 측은 국토부의 면허취소 처분 시 행정소송이라는 맞대응할 카드를 쥐고 있다. 과거 대한항공이 서울-상하이 노선 화물기 추락사고로 해당 노선의 면허취소를 당했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회복한 사례도 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진에어의 경우 면허가 취소되면 곧바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취소처분의 효력을 다툴 것”이라며 “하지만 소송 전이나 도중에 결격사유가 없는 상태로 변경 또는 새로운 면허를 발급 받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지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도)는 “(진에어는)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동시에 면허취소 처분의 효력정지신청도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사람인)는 “국토부가 진에어 면허취소 시 90일 이내에 면허취소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심판을 청구하거나 청구기간의 제한 없이 면허취소 무효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면허취소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소기간은 행정심판의 청구기간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2호(2018년 8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