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아스팔트. 굉음을 내지르며 그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 멋진 레이싱카들. 그리고 이에 환호하는 관중.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터스포츠 대회의 광경이다. 하지만 해가 진 다음 시작하는 대회도 있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포뮬러원’(F1) 아부다비 그랑프리가 대표적. 지나치게 뜨거운 낮 시간을 피해 선선해질 무렵부터 레이스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도 밤에 열리는 ‘나이트레이스’가 있다. 1년에 단 하루 깜깜한 밤에 진행되는 이 대회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나이트레이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야간경기로 펼쳐진 데다 다양한 이벤트도 열어 폭넓은 계층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색다른 모터테인먼트를 즐기려는 팬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지난 11일 ‘레이스 투나잇’이라는 주제로 강원도 인제스피디움(1바퀴=3.908km)에서 나이트레이스의 매력을 발산했다.
그리드워크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야간경기로 최다관중 동원
지난 11일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인제 스피디움에는 8200여명의 관중이 모였다. 나이트레이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강원도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리다가 2015년부터 인제 스피디움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날 대회는 저녁 7시쯤 시작된 현대 아반떼컵 마스터즈 레이스 결승전부터 자정 무렵 끝난 ‘캐딜락6000’ 클래스 결승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각 클래스의 결승전 사이사이 디제잉카의 퍼포먼스와 드리프트 쇼가 펼쳐져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최고 종목인 ‘캐딜락6000’ 클래스는 경기시작과 함께 김재현(CJ로지스틱스 레이싱)과 김태훈(유로휠 현대레이싱)이 충돌, SC(세이프티카)상황이 발령됐다. 이후 경기가 재개됐지만 곧이어 김민상(팀훅스)의 차가 트랙 위에 멈춰서며 또다시 SC상황. 세이프티카가 트랙에 들어오면 레이스카들은 순서대로 세이프티카 뒤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격차를 벌이려는 쪽과 뒤따라가는 쪽의 간격이 좁아진 만큼 사소한 실수가 순위 변동으로 이어진다.
이날 중위권 싸움을 이끌던 류시원(팀106)이 코스를 이탈해 펜스에 부딪히면서 순위 변동이 생겼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2위로 달리던 정회원(서한퍼플모터스포트)이 미끄러지며 5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우승은 장현진(서한퍼플모터스포트)이 차지했고 혼란을 피한 오일기(이엔엠모터스포츠)가 2위, 김종겸(아트라스BX 레이싱팀)은 3위로 체커기를 받았지만 사후 심사를 통해 이데 유지(엑스타 레이싱)와 순위가 바뀌었다.
캐딜락 6000 클래스 경기장면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제한된 시야, 즐거움 더해
나이트레이스는 말 그대로 야간에 펼쳐지는 만큼 선수와 관중 모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주간경기의 경우 경주용 자동차 안에서 선수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60도 이상이다. 해가 쨍쨍 내리쬐면서 대기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면 차 안의 온도는 50도를 웃돈다. 여기에 선수들은 한벌로 된 레이싱수트를 입고 헬멧과 장갑도 낀다. 에어컨은 사치다. 레이스에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모두 덜어내야 한다. 그야말로 사우나가 따로 없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시간가량 서킷을 달릴 수 없다.
더위를 견디기 위한 장치는 달릴 때 바람을 실내로 불어넣어주는 에어덕트, 차가운 물이 순환하며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쿨재킷이 전부다. 다른 차와 경쟁하기 이전에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힘든 건 관중도 마찬가지. 쾌적한 VIP룸에서 경기를 보는 게 아닌 이상 선수처럼 햇빛, 더위와 싸워야 한다.
드리프트 이벤트 /사진=CJ슈퍼레이스 제공 이런 이유로 해가 진 뒤에 레이스가 펼쳐지면 선수와 관중 모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낮에는 보이지 않던 즐길거리도 있다. 고속으로 달리며 변속할 때 내뿜는 불꽃이나 빨갛게 달아오른 브레이크 디스크를 보는 것도 야간경기만의 즐거움이다. 또 레이스카들이 조명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채 질주하는 모습은 꽤 색다른 볼거리다. 같은 팀이라도 다른 색의 램프를 달아 특정 선수를 파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카레이서들도 시야가 제한되는 만큼 변수가 많다. 더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며 코스 이해도 또한 높아야 한다. 지난 대회에서는 멀쩡히 달리다가 갑자기 중계 카메라 시야에서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길을 착각해서 다른 코스로 진입한 것.
뻔한 승부가 펼쳐지는 게 아니다 보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경기 내내 순위를 살피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 기업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현재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는 각 클래스별로 네이밍스폰서가 있다. 최고종목은 캐딜락, 바로 아래는 ASA GT가 대표적. 아울러 현대자동차 아반떼컵 마스터즈 레이스, BMW M 클래스 원메이크레이스도 함께 펼쳐진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직접 팀을 꾸려 참가했고 넥센타이어는 M 클래스 타이어 후원사로 나섰다. 불스원을 비롯한 용품업계도 관심을 갖고 일부 팀을 후원 중이다.
시즌 반환점을 돈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2018시즌’은 다음달 7일부터 9일까지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6라운드 일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