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한별 기자, 세븐시즌스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는? 중국!”, “안중근=긴또깡?”

아이돌들의 역사의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역사에 무지한 아이돌들의 발언과 행동은 예전부터 화두가 돼왔다. 승승장구하던 이들은 기본적인 상식을 몰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모를 수도 있다’며 넘어가기도 한다.
tvN ‘신서유기 시즌5’에 새 멤버로 합류한 블락비 멤버 피오. 이날 퀴즈 코너에서 피오는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를 묻자 어리둥절한 채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당당히 손을 들더니 "중국!"이라고 오답을 외쳐 출연진 모두 당황시켰다. 안재현은 정답을 맞춘 뒤로도 피오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사진=신서유기5 방송캡처

이에 은지원은 "너무 자신감 있게 말해서 진짜 중국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고 피오는 "나라라고 해서 갑자기..."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를 몰랐던 피오의 발언에 방송사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제작진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고 출연진들은 "예능은 뱉어야 한다"며 응원의 말을 전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역사에 대한 무식은 부끄러운 거라는 걸 명심하길”, “고구려나 고조선 같은 오답이면 이해라도 했지. 다른 나라 이름이 나온 건 어이없다”, “이 프로를 보는 사람들도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까봐 우려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질타했다.


반면 예능은 예능일 뿐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몇몇 네티즌들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재미있기만 하던데. 불편하지 않았으면 된 것”, “역사 프로도 아니고. 그냥 재미있으면 다인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임한별 기자

앞서 2015년 광복 70주년 신바람 페스티벌에 참석한 피오는 '문제 없어'라는 뜻의 일본어 '問題ない'가 적힌 흰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후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의상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피오는 블락비 공식 SNS를 통해 "제가 취지와 맞지 않는 의상으로 무대에 서게 돼 많은 분의 마음에 불편함을 안겨드렸다. 이번 일은 제 잘못이 가장 크다. 그 어떤 변명보다 진심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하고 싶다. 앞으로 의상 등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역사의식 부재와 관련 대중에게 가장 큰 뭇매를 맞은 사례로는 AOA 멤버 설현과 지민을 빼놓을 수 없다. AOA 설현과 지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온스타일 ‘채널 AOA’에 출연해 역사적 인물을 맞히는 퀴즈를 하다 장난스럽게 오답을 내놓아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사진=채널AOA 방송캡처

지민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본 후 "안창호?"라고 말했고 "긴또깡? 아닌데 뭐예요. 이런데 무지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이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 있다"고 말하자 “이또 호로모미?”라며 웃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던 설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말했다. 설현은 이순신 장군의 사진에는 “팔로알토?(‘거북선’이라는 제목의 곡을 부른 가수)”라고 외쳤다.
이에 두 멤버는 각자 SNS를 통해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불쾌감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역사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깊이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싸늘한 대중들의 시선에 이들은 AOA 컴백 쇼케이스에서도 "좋지 않은 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여러 차례의 사과에도 AOA는 2주 만에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예능은 예능일 뿐?"… 부끄러운 줄 알아야  

무지는 죄가 아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라면 '역사의식'은 당연히 챙겨야 할 개념이다.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중심에 있는 아이돌 가수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일정 수준의 역사적 상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은 K팝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다.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고 K팝 콘서트에서 한국어로 떼창을 부르는 시대다.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이라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열공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들이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이라고 말한 후 해맑게 웃는 한국 아이돌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돌들의 역사의식 부재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10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자 중에는 청소년 비중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첫번째 사례로 든 피오의 역사의식 부재와 관련 "웃고 넘길 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견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웃고 넘길 일이 있고 따지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몇년이 지나도 다시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아직 역사의식이 정립 안된 어린 청소년들이 이 프로를 보고 역사에 대해 가볍게 생각할까 우려된다.

이런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와 방송사도 우리나라 역사를 가볍게 다룬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역사에 대해 민감하게 바라보는 요즘, 역사의식 부재로 웃음코드를 잡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