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승 2패에 그치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후 신태용 감독 후임으로 부임한 파울로 벤투 감독은 입국 당시 “한국 축구만의 색깔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벤투호는 5경기를 치르면서 칠레와 우루과이 등 강호들을 상대로도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전과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다.
◆점유율보다 빠르고 간결한 역습 위주로 회귀
벤투 감독의 축구철학은 확고하다.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빠른 역습을 노린다. 벤투 감독은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낸 유로 2012에서도 측면 수비수 파비우 코엔트랑과 주앙 페레이라의 오버래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이스 나니의 측면 공격으로 파괴력을 더했다. 여기에 미구엘 벨로소, 하울 메이렐레스, 주앙 무티뉴 등 움직임과 활동량이 좋은 미드필더 진이 이들을 뒷받침했다. 그가 이끌었던 포르투갈은 대회 4강에서 당대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도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조광래 전 감독을 비롯해 최근 율리 슈틸리케 전 감독까지 점유율 위주의 패싱 게임을 한국 축구에 이식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로 끝났다. 본래 한국은 역습 축구에 강점을 보인 팀이다. 투지와 체력을 앞세운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며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도 저력을 보여왔다.
벤투 감독은 이전 한국 축구가 지닌 장점에 본인의 색을 덧입혔다. 유사한 색체가 더해져 조화롭게 맞물렸다. 평가전을 거듭할수록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스웨덴전으로 대표되는 답답한 경기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미 없는 점유율을 늘리는 패스보다는 전진하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빠른 패스들이 이어졌다.
◆변화보다 전술 정착에 주력… 선수 간 호흡 돋보여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도 확실한 포메이션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한 이후 4-4-2 전술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러시아월드컵 직전까지 ‘실험’이라는 명분으로 스리백과 포백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인 스웨덴전에서는 이전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4-3-3을 들고 나왔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잦은 포메이션의 변화로 경기 내내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확실한 전술과 라인업을 기준으로 조금씩 변화를 가져가는 스타일이다. 특히 2019 AFC 아시안컵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1기와 2기로 구성된 네차례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호흡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가장 최근 치른 우루과이전과 파나마전에서는 벤투호의 전술 완성도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두 경기에서 한국은 이용, 홍철, 박주호 등 풀백들이 측면을 침투해 상대 수비수를 유도하는 사이 손흥민과 황희찬이 안쪽으로 파고들거나 뒷공간을 호시탐탐 노렸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해당한 남태희가 중앙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기성용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스리백을 형성하면서 수비 공백을 커버했다. 패싱력이 좋은 기성용은 간결하고 정확한 롱패스로 후방에서부터 순식간에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선수들도 전술에 익숙해진 듯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손흥민-남태희-황희찬 3명의 공격진은 유기적으로 포지션을 바꾸며 상대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며 풀백들의 오버래핑과 연계도 좋았다. 특히 빌드업 과정에서 미리 약속된 것처럼 선수들이 패스 길목에 자리 잡아 원터치 패스를 간결하게 연결했다.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을 흘려 다른 선수에 건네는 모습도 간간히 등장했다.
이처럼 패스에 속도와 정확성이 붙으니 역습과정에서 상대방의 압박을 잘 풀어나가며 위협적인 기회를 자주 창출했다.
◆경기 후반의 집중력 실종·체력 저하, 보완해야
평가전 내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특히 파나마전 후반전에서 나온 한국 수비의 모습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경기 후반부터 한국팀은 정돈된 라인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벤투식 4-2-3-1은 중앙보다 측면 위주로 공격을 전개한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 한명이 빌드업을 위해 수비라인까지 내려오는 만큼 미드필더 지역에서 어느 정도 공백이 발생한다. 대신 라인별 간격 유지를 철저히 해 빈 공간을 최소화한다. 역습을 당하는 순간에는 볼 근처에 있는 2명의 선수가 볼을 지닌 선수를 압박해 라인 간격이 정돈될 시간을 최대한 번다.
그러나 후반전부터 선수들의 간격이 벌어지며 중원에서 파나마의 볼이 돌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허용했다. 상대방의 공격작업이 빈번해지니 이를 막기 위해 체력이 점차 고갈되기 시작했다. 체력 문제로 압박도 느슨해졌다. 선수들이 지치면서 전반전처럼 정돈된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점 이후에는 집중력이 저하된 모습도 눈에 보였다. 우루과이전에서도 실점 이후 수비 상황에서 본인의 위치보다는 상대 선수를 따라가는 움직임을 보이며 진영이 흐트러졌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더 나아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하기 위해서는 후반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흐트러짐을 최소화해야 한다. 파나마전 2번째 실점 장면에서 드러났듯이 후방 지역에서의 치명적인 실책은 순식간에 골을 내주는 원인이 된다. 앞으로 이런 단점들을 철저히 보완하고 장점들은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4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전망을 밝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