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증시부진으로 고전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상장이나 합병 등을 추진했던 일부 기업은 계획을 아예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새내기주, 주가 폭락에 '울상'
지난 9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상장한 7개 종목(스펙·코넥스상장 제외) 중 5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했다.
지난달 4일 상장한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지난 12일 종가가 4480원으로 공모가보가 47.3% 하락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크리스에프앤씨(-23.7%), 우진아이엔에스(-16.0%), 하나제약(-11.9%) 등도 모두 급락세를 면치 못했고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재상장한 지티지웰니스 역시 공모가 대비 31.0%나 하락했다. 새내기주 가운데 푸드나무(6.5%)와 명성티엔에스(2.5%)는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이 미미했다.
새로 상장된 기업의 주가부진은 특정업종에 쏠림 현상도 없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웨어, 우진아이엔에스는 건축설비, 하나제약은 제약바이오, 나우아이비캐피탈은 여신금융업종이다.
이에 반해 지난달 15일 이후 상장한 기업의 경우 5개 중 4개 종목의 주가가 올랐으며 상승폭도 30%에서 최대 180%대에 달했다.
이달 6월 상장한 대보마그네틱의 지난 12일 종가는 8만7000원으로 공모가에 비해 180.6% 급등했고 노바텍(161.0%)도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뛰었다. 로보티즈(42.1%)와 옵티팜(42.1%)의 증가폭도 가파른 축에 속했다.
◆매출 계약 소식에도 주가 부진
증시 폭락장에서 새내기 종목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회사의 실적이나 전망에 대한 우려보다는 위축된 투자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장의 목적은 자금조달이 핵심인데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다는 것은 주식을 청약해서 배정받은 주주들이 손실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 하락기에는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확대 등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서는데 새내기주의 경우 그럴 만한 체력이 부족하다.
결국 기술개발, 공급계약 체결 등 실적개선 요소를 통해 회사가치를 키워야 하지만 시장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나제약의 경우 지난 9일 독일 제약사인 헬름AG와 7년 간 마약성진통제 ‘펜타닐박칼정’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했다고 공시했지만 공모가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업종의 부진이 큰 부담이 됐다.
우진아이엔에스는 상장 후 신세계건설(170억원, 2건), 세일이엔에스(242억원, 2건), 이엠종합건설·호반건설(77억원) 등과 공사수주 계약을 체결했고 지티지웰니스는 호주 기업(EVOLTIOH)과 155억원 규모의 체성분분석기 솔루션 판매 독점계약을 체결했지만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이처럼 하락장에서 주가가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 계획이나 자회사의 합병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회사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고 상장 후 후폭풍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CJ CGV는 이달 베트남법인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 후 적정 수준의 회사가치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공모가 희망범위를 1만8900원에서 2만3100원으로 제시하고 지난 1~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지만 최하단인 1만8900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최대어로 꼽힌 현대오일뱅크도 연내 상장을 추진했지만 증시 변동성회계감리 등의 이유로 내년으로 연기됐다. KTB투자증권은 자회사 KTB네트워크를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카카오게임즈, HDC아이서비스 등도 9월 이후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교보생명은 외국인 재무적투자자(FI)가 상장을 압박하며 풋옵션 행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증시 상황을 비롯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마련, 회계기준 변경 이슈 등으로 여건이 호의적이지 못하다
SGA솔루션즈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SGA임베디드와 합병을 결정했지만 재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합병비율은 SGA솔루션즈와 SGA임베디드가 1대 2.0789474였지만 시장영향 등이 반영된 합병비율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화 등으로 투자자들이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SGA솔루션즈는 합병계획 철회로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 2.5점의 벌점과 1000만원의 공시위반 제재금도 물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부진으로 회사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상장 주관사와 협의해 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연말까지 증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이 나아지면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