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매출’ 자영업자도 인하
소비자 혜택은 대폭 축소… 카드노조 ‘생존권 투쟁’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내놨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수수료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마케팅비용 감소로 카드 혜택이 대폭 축소될 예정이어서 소비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른 카드수수료 인하 폭이 3년 전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할 때보다 훨씬 커져 카드업계의 ‘마른 수건 짜내기’식 경영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노동조합이 카드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해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대대상이 ‘10곳 중 9곳 이상’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달 26일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을 두고 시장에선 ‘파격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수수료 인하 폭이 상당해서다.
기존에 적용되던 우대수수료율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우대구간이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확대됐다. 연매출 5억원 이하 구간까지의 기존 우대구간보다 6배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우대대상이 2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의 93%로 대폭 확대된다. 2012년 신(新)가맹점체계가 도입된 후 우대대상은 68%(2012년 1월)에서 2015년 1월 75%, 2016년 1월 78%, 올 7월 84%로 늘어났고 내년 1월부터는 93%까지 확대된다.
1만곳당 4곳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 즉 99% 이상의 가맹점에서 평균수수료율이 1%대로 낮아진다. 당국은 이번 개편안에 연매출이 500억원에 달하는 가맹점에 대해서도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을 얹혔다. 연매출 30억~100억원 가맹점의 평균 카드수수료율은 현 2.20%에서 1.90%로, 100억~500억원 가맹점의 경우 2.17%에서 1.95%로 떨어뜨리기로 했다. 연매출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은 전체의 0.04%, 개수로는 900개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 수수료율은 1.94%다. 사실상 모든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2% 아래로 낮춘다는 의도다. 현재 수수료율 상한은 2.3%다.
◆문제는 ‘재원’, 소비자 혜택 감소 불가피
지난달 13일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거리 농성에 나선 자영업자 단체들은 이 같은 수수료 개편안에 환영했다. 특히 그간 수수료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한 연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차상위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제는 카드수수료 인하 재원, 정확히는 재원의 ‘출처’다. 어떤 돈으로 수수료 인하 분을 메울 것이냐는 문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과도하게 지출하는 마케팅비용을 아끼면 수수료 인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당국이 추산한 내년도 수수료 인하분은 총 8000억원이다.
하지만 전체 마케팅비용의 74.5%가 신용카드 상품에 기본 탑재되는 부가서비스고 나머지는 무이자할부 등 일회성 마케팅이어서 카드이용자의 혜택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회원 혜택은 무이자할부 등 신용카드 상품에 탑재되지 않은 부가서비스가 우선으로 꼽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 선보일 카드상품에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반면 연회비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카드사의 마케팅비 지출에 관여하는 건 지나친 관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수수료가 인하돼도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용판매 매출 증대에 힘써왔다”며 “카드매출을 늘리려면 추가 마케팅 투입이 필수인데 마케팅을 줄이라는 건 카드사의 ‘마지막 자구책’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익 3년간 1조5000억원 급감
카드사는 비상이 걸렸다. 3년 전 적격비용을 새로 산정하며 카드수수료를 인하할 당시 카드업계가 연간 떠안을 부담액은 67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경영환경이 더 악화된 현재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1조4000억원 정도를 짊어지게 생겨서다. 전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앞으로 3년간 1조5000억원 급감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올해 카드사 예상 당기순익이 1조7000억원인 점은 경영 위기에 처한 현실을 방증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6년에는 6700억원의 수수료 감소 효과가 나타났음에도 카드이용액의 고성장, 금리하락, 카드론 수익 확대 등으로 카드사의 영업이익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며 “이번엔 카드이용액 성장 둔화, 금리상승 추세, 국제회계기준(IFRS)9 적용에 따른 대손부담 확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외부환경이 과거보다 비우호적이어서 카드사의 단기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카드업계는 내년 비용절감을 제일 경영방침으로 삼는 등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다음해 경영계획 수립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수수료 개편안으로 지난한 회의만 거듭하고 있다. 비용절감 외엔 마땅한 답이 없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카드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카드사 주 수입원인 카드수수료가 과거 수차례 인하됐을 때 카드사 경영진은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이번 개편안으로 수수료가 역대 최대로 인하됨에 따라 카드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카노협)는 연매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율 인상 등을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장경호 카노협 의장은 “내년 1월 말까지 카드노조의 요구사항을 금융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권을 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카드사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카드업계의 마케팅비 과다경쟁 해소 방안 등을 내년 1월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0호(2018년 12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