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가 될 뻔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개혁의 불씨가 당겨질까.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인사와 비리, 방만경영을 없애려면 철도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강도 높은 조직쇄신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수습이나 사장교체로 끝낼 경우 코레일 개혁은 또 한번의 기회를 놓치게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 /사진=머니투데이

◆낙하산 안 없애면 쇄신 불가능
탈선은 열차사고 중 최악으로 꼽힌다. 안전불감증과 방만운영,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하는 다발성 사고, 그리고 이면에 또아리틀고 있는 종합 비리세트의 결과물이란 비난이 제기된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열차가 작업 중인 굴삭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3주간 무려 10건의 사고와 고장이 잇따랐다. 이틀에 한번꼴로 사고가 난 것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결국 취임 10개월 만인 지난 11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강릉 사고 발생 사흘 만이다. 그러나 오 사장은 사고 직후 “기온 급강하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해 여론의 비판을 키웠다. 전문성 부재 문제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오 사장은 또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사퇴의 변을 밝혀 물의를 빚었다. 책임을 진다면서 문제 원인을 이전 정부 탓으로만 돌리고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수습 없이 퇴진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무책임한 처사는 단순히 오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코레일의 구조적인 문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낙하산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코레일 사장을 보면 2005년 전신인 철도청이 개편된 이후 지금까지 신광순 초대 사장과 최연혜 6대 사장, 홍순만 7대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철도분야와 무관했다. 더욱이 임기 3년을 채운 사장은 단 한명도 없다. 정계 진출을 위해 거쳐가는 경유지이자 이력 보태기 자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올 2월 취임한 오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철도관련 경험이 전무해 임명 당시도 ‘전문성 없는 낙하산인사’로 지목됐다. 오 사장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 들어 임명된 코레일과 자회사 임원 37명 가운데 13명이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분류된다.
정인수 코레일 사장대행. /사진=머니투데이

◆방만경영에 사익만 추구하는 구태
현재 정밀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강릉선 탈선의 대략적인 원인은 열차 방향을 바꿔주는 선로전환기 오작동 시 경고신호 장치가 잘못 설계된 탓으로 알려졌다. 강릉선은 올 2월 평창동계올림픽대회를 위해 지난해 12월 개통했다. 코레일은 개통 이후 단순점검만 진행했을 뿐 회로결선이나 오류를 검증하는 연동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공이나 유지·보수 과정에서 한번만 제대로 검사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중에도 코레일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남북철도연결사업 등 정치적인 이슈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코레일의 비리실태를 보면 2014~2018년 비리로 징계받은 직원이 618명인 것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음주운전, 향응 및 금품수수, 탈선사고 등에 연루된 직원 상당수가 견책이나 감봉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청장 출신의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용산개발 관련 뇌물수수로 구속된 바 있다.

2014년 박근혜정부 때는 공공기관 경영정상화를 위한 부채감축을 요구받은 코레일이 2009년 퇴사한 비정규직직원에게까지 공문을 보내 성과급의 약 49%를 반환하라고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여기다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해 원금과 지연이자도 청구했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책임을 경영진이 아닌 비정규직직원에게 전가해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고가 날 때마다 사장 퇴진이나 임금삭감 등의 임시방편 조치에 급급하다보니 다시 방만경영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회적 비판에도 코레일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국내 철도산업의 독점구조와 저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 주최 공청회에서는 국내 철도산업 운영권이 코레일과 지자체 공기업에 독점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레일 내부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는 “철도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상은 코레일 직원들조차 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힘에 기대 사익만 추구하려는 타성과 강성 어용노조는 대다수 공공기관이 가진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71호(2018년 12월19~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