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눈먼 돈'으로 불리며 문제가 제기됐던 특수활동비(특활비) 외에도 허술하게 집행되는 경비 명목이 더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 제기됐다.
세금도둑잡아라·좋은예산센터·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뉴스타파 등은 1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특정업무경비'는 제2의 특활비"라며 이렇게 밝혔다.
특정업무경비란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실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다.
이들은 20대 국회에서 사용한 특정업무경비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 특정업무경비도 특활비처럼 ▲지출내역이 거의 증빙되지 않았고 ▲누가 어디에 썼는지 모르는 현금이 뭉칫돈으로 지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특수활동비 내용은 공개된 적이 있지만 특정업무경비는 최초로 공개한다"며 "특정업무경비를 마치 특활비처럼 뭉칫돈으로 현금으로 빼서 누가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이어 "27억원이 넘는 20대 국회 특정업무경비에서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제외한 18억여원이 증빙돼야 한다"며 "그러나 증빙이 된 돈은 2400만원 정도에 불과해 98.7%의 금액이 증빙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정업무경비의 증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감사원의 지적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것도 짚었다. 2013년 감사원은 "국회 사무총장은 앞으로 특정업무경비를 구체적 증빙 없이 지출내역만 작성한 채 지급하는 일이 없게 철저히 집행하라"는 취지로 지적한 사실이 있는데 이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정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도 원칙적으로 증빙이 첨부돼야 한다. 아울러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 되지만 현금으로 집행된 비율이 전체 지출액의 45%라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앞서 하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사무처에 20대 국회 특정업무경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비공개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하 대표는 지난 1월1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8월30일 공개판결을 받아냈다.
이들은 "국회가 정보공개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예산은 투명하지 않고 예외 없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낭비의 소지가 많은 예산은 폐지·삭감하거나 철저하게 감시할 장치를 만드는 등 전면적인 예산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이날부터 특정업무경비 등 국회 예산 집행내역 파일 등의 자료를 차차 공개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용자와 사용용도가 확인되지 않는 금액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품의서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