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새 먹거리인 소액단기보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 장벽을 낮췄지만, 해외 일부 사례와 달리 국내에서는 좀처럼 시장이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의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라인'(LINE)이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손해보험사와 손잡고 소액단기보험을 판매 중이다. 75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라인 이용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최고의 판매처다.
현재 일본판 라인 앱 내에서는 보험 항목 선택 시 다양한 종류의 소액담기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 가입도 라인의 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로 간편하게 해결된다. 소액단기보험이 활성화된 일본에서는 이러한 판매방식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소액단기보험을 구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련 보험사 설립 규제를 당국이 풀어줄 조짐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정 논의 일정도 잡히지 않아 실제 소액단기보험사 출현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립 문턱 낮아져도 반응 '미지근'



올해 정부는 금융업권 환경 변화에 따라 소액단기보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다. 최소 자본금 10억~30억원만 있으면 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만 취급하는 보험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검토한다.

설립 문턱을 낮춰 줄테니 잠재수요자 혹은 대형보험사들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현재는 최소 3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파격적인 자본금 규제완화를 검토한 것은 국내 보험시장이 종합보험사 중심의 산업구조로 특화보험사의 신규진입이 활발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생명·손해보험 업계에서 국내 종합보험사의 자산비중은 각각 90% 이상이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대형종합보험사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당국은 소액단기보험사 보험시장에서 '메기'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일본은 치한보험, 항공보험, 폭설보험 등 소액단기보험의 종류도 다양하며 시장수요가 많아 활성화 돼 있다. 특히 설립 자본요건이 1억원에 불과해 운영되는 단기보험사 수가 100개사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 기준 일본의 소액단기보험 가입자는 약 700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의 이러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소액단기보험 설립에 대한 업계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소액보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얼마나 커질지 시장 추이를 좀 더 두고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정부 말대로면 최소 10억원이면 보험사 설립이 가능하지만 아직 검토 중인 사안에 불과하다. 최종적으로 최소 설립금액이 얼마나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또한 국내는 여행보험, 펫보험, 운전자보험 위주로 소비자 니즈가 형성돼 있어 다른 유형의 소액단기보험 상품에 대한 수요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설립 자본금만 낮춰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보험업 특성상 전산시스템 구축이나 마케팅 등 설립 초기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며 "소액보험은 월 보험료가 저렴해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시장 참여자가 쉽게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법이 언제 개정될지도 알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기준 완화에 대해 필요하면 보험업법 개정에도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정 논의 일정도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일단 보험업법 개정이 실제로 진행된 후에야 시장 참여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은 지난 2006년 4월 보험업법 개정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규제 완화는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라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것"이라며 "내년 초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동구 삼성화재 일반보험본부장(왼쪽)과 박종언 '물반고기반' 대표(오른쪽)가 서울 가산디지털밸리 '물반고기반' 본사에서 제휴협약을 체결한 모습.
◆핀테크와 힘 합치는 보험사

보험업계 불황으로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서야 하는 대형사들은 소액단기보험사 설립보다는 인슈어테크 업체와의 협업 방식으로 조금씩 시장 동향을 살핀다. 

최근 삼성화재는 인기낚시앱 '물반고기반'과의 협업을 통해 앱 내에서 단기여행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한 현대해상이나 KB손보, MG손보, 라이나생명 등도 보험 핀테크업체 인바이유와 손잡고 소액보험을 출시하는 등의 형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사 행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 보험사도 라인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국내 보험사도 구축돼 있는 플랫홈서비스를 활용해 소액단기보험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라며 "비용 부담이 큰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보다는 그 분야에 특화된 업체와의 협업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