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관광도시’, 전남 강진에 신바람이 불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귀양 와 처음 머무른 사의재(四宜齋) 주변에 저잣거리가 조성됐고 ‘조만간 프로젝트’가 더해져서다. ‘조선을 만난 시간’의 줄임말인 조만간은 강진의 역사와 인물을 재현하는 문화관광 프로젝트다. 강진군 아마추어 배우들이 마당극을 신나게 펼친다. 주모가 다산에게 차려주던 아욱국을 비롯해 특색 있는 먹거리를 내놓는다. 또 초의선사와 메롱 무당, 건달 형제 등 흥미진진한 캐릭터를 선보여 조선시대로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사의재와 저잣거리
조만간 조선시대 재현 프로그램.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이 4년간 머문 공간으로, ‘네 가지(생각·용모·언어·행동)를 올바르게 하는 이가 거처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정약용이 신유박해(1801년) 때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강진에 유배된다. 사람들이 그를 손가락질하는 와중에 동문매반가 주모가 방 한칸을 내줬는데 그 방이 사의재다. 다산은 사의재에서 깨달음을 얻고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사의재 저잣거리의 약방.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의재를 방문하는 여행자가 이전에도 적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사의재저잣거리가 꾸며진 뒤 발걸음이 더 잦아졌다. 한옥으로 조성된 저잣거리 곳곳에 차 체험관과 청자 전시·판매장, 한과와 도장 공방 등 강진의 전통을 체험하고 즐기는 공간이 마련된 것. 여행자를 더 흥겹게 하는 것은 주말마다 펼쳐지는 조만간 프로젝트로, 조선시대 재현 코너와 마당극 ‘땡큐 주모’가 진행된다. 저잣거리 입구인 청조루를 지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곳곳에 조선시대 복장을 한 이들이 눈에 띈다. 왼쪽에는 갓을 쓴 소리 선생이 춤바람 처녀와 여행자에게 소리를 가르친다. 약첩이 주렁주렁 매달린 약방에는 동의보감을 보는 허 의관이 있다. 오른쪽 골목으로 향하면 옷차림이 현란한 메롱 무당이 여행자의 고민을 듣고 효력 없는 부적도 써준다.
조만간 조선시대 재현 프로그램. /사진=한국관광공사
저잣거리를 걷다 보면 포졸 두명이 다가와 “이런 사람 보지 못했소?”라며 용모파기를 들이댄다. ‘천주학쟁이’라는 죄명으로 다산을 찾아다니는 부패한 포졸이다.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따, 통행료 내고 가야제” 하며 소매를 붙잡는 건달 형제도 있다. 어디선가 흥겨운 장구 소리가 들리면 목민루가 틀림없다. ‘기녀 프로듀스 1801’이라는 코너로, 넘치는 끼를 자랑하는 월매와 향단이를 만난다. 즉석에서 장구를 배우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향단이는 어우동 모자를 내주고, 월매는 장단을 가르쳐준다. 사의재 대청에서는 책 읽는 다산을 만난다. 사의재 앞에는 시원시원한 주모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주모를 찾아가 다듬잇방망이를 두드려보고, 아욱국 한상에 동동주도 맛보자.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 조만간 프로젝트
조만간 마당극. /사진=한국관광공사
조선시대 여행을 즐긴 뒤에는 ‘땡큐 주모’를 봐야 한다. 다산의 이야기를 신명 나게 풀어낸 마당극이다. 다산이 술 마시며 신세를 한탄할 때는 객석에서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나오고, 주모가 다산을 질책할 때는 “잘한다”는 추임새가 터진다. 마당극 중간에 현대무용도 잠깐 등장한다.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장르와 트렌드를 함께 담았다. 마지막에는 관객과 배우가 모두 마당에 나와 어깨를 들썩이며 어울린다. 조만간 프로젝트는 강진군민이 만들어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배우들은 주중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주말에 모여 공연을 펼친다. 배우들(26명)은 각양각색이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76세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또 강진에 시집온 일본 여성 2명이 포함돼 있다. 모두 강진을 사랑하는 군민이다. 이들은 공개 오디션을 거쳐 조만간아카데미에서 연극과 안무를 배웠다. 강진 문화 해설과 관광지 안내를 위한 교육도 이수해 강진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랑의 자취 어린 곳
영랑 생가.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의재저잣거리에서 흥겹게 즐긴 뒤에는 김영랑 시인을 만나보자. 영랑 김윤식은 다산 정약용과 함께 강진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저잣거리에서 약 700m 거리에 영랑생가가 있다. 현대 서정시의 지평을 연 영랑이 나고 자란 집으로, 시의 배경이 된 동백나무와 장독대, 연못 등이 남아 있다. 생가 뒤로 김영랑의 대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티프를 얻은 세계모란공원이 자리한다. 사계절 내내 모란을 감상하는 유리온실, 네덜란드와 프랑스, 중국 등 8개국 모란을 식재한 세계모란원, 우리나라 토종 모란이 있는 한국모란원 등에서 탐스러운 모란을 만날 수 있다. 야간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시문학파기념관. /사진=한국관광공사
영랑생가 앞에는 시문학파기념관이 자리한다. 1930년 창간한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김윤식,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등 9인을 기리는 문학관이다. 내부에는 시문학파 시인의 육필 원고와 유물, 저서가 전시된다. 강진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시문학파기념관 앞에 있는 강진군종합관광안내소에 들르자. 군수 관사를 개조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강진 여행팁
강진만생태공원과 탐방로.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의재저잣거리와 영랑생가 등 읍내를 돌아봤으니 이제 자연을 만나러 가자. 강진만생태공원은 1131종에 이르는 생물이 서식하는 공원이다. 축구장 약 93개 면적(66만1000㎡)에 달하는 갈대 군락지가 장관이다. 출렁이는 갈대숲을 보면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인다. 공원에는 생태탐방로 3㎞와 큰고니가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망대가 있다.
가우도 청자타워에서 내려다본 출렁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요즘 강진 여행에서 인기를 더하는 가우도 역시 빠뜨리면 섭섭하다. 가우도는 강진만에 있는 8개 섬 중 하나뿐인 유인도다. 대구면으로 이어지는 저두출렁다리와 도암면으로 이어지는 망호출렁다리로 연결된다. 섬에는 해안선을 따라 산과 바다를 감상하는 2.5km 생태 탐방로 ‘함께해(海)길’이 조성됐다. 가우도 정상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청자타워가 있다. 이곳에서 짚트랙을 즐겨도 좋다.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대구면 저두 해안까지 973m를 1분 만에 내려온다.
전남도 가고싶은 섬에 선정된 가우도. /사진=한국관광공사
☞당일 여행코스 문학코스: 사의재저잣거리-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시문학파기념관 생태코스: 사의재저잣거리-강진만생태공원-가우도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사의재저잣거리-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시문학파기념관 둘째날: 강진만생태공원-가우도 <사진·자료=한국관광공사(2019년 5월 추천 가볼 만한 곳-‘신상’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