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원자재와 부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아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기지개를 켜던 여행산업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울상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전문가는 “중국의 경제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보다 성장한 만큼 더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올해 어떤 일이 발생할 지는 (신종 코로나)사태 수습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올해 간신히 기지개를 켠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경제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연이어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도 크게 확산된다면 2020년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6~0.7%포인트, 연간 최대 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가 중국 내에 집중될 경우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0.2~0.3%포인트, 연간 최대 0.1%포인트 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종코로나에 발목 잡힌 산업계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곳은 완성차업계다. 완성차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을 겪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부터 완성차 생산라인별로 탄력적 휴업을 실시키로 했으며 기아자동차는 감산에 돌입했다. 쌍용차의 경우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을 우려해 생산라인 별로 탄력적인 휴업을 실시키로 했다”며 “기아차는 생산량 조정을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의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중국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춘절 연휴를 추가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차량에 전기를 분배·공급하는 장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 불능 사태를 겪었다. 쌍용차도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을 수급받지 못했다. 현대차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고분을 일주일가량 비축했으나 휴업기간이 2주가량 지속되면서 노사 합의에 따라 생산을 조절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업계도 비상이다. 중국 난징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과 LG화학 난징 배터리 공장, 베이징 편광판 공장, 톈진 자동차소재 공장은 이달초 가동을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도 지난 9일까지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했고 현재 건설 중인 옌청 배터리공장은 공사일정을 연기했다.
배터리업계는 한달가량 여유분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음극재 등 중국산 원자재의 수급이 어려워져 다음달부터 국내 공장 운영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항공업계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오는 22일까지 중국 본토 노선 31개 가운데 9개 노선 68편을 추가 감편한다. 인천~우한 직항노선 운항을 다음달 27일까지 중단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이로써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중화권 노선 총 34개 가운데 홍콩과 타이베이를 제외한 중국 본토 노선 31개 중 22개 노선이 운항 중단(10개) 되거나 감편(12개)됐다.
중국 노선의 매출 비중이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아시아나항공도 인천~구이린 등 4개 노선을 중단했고 인천~베이징 등 8개 노선에 대해 감편을 진행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인천~옌타이 등 4개 본토 노선과 하이난 3개 노선을 중단 조치했고 이스타항공은 중국 본토 노선 외에도 홍콩과 마카오 등 중화권 노선에 대해 운항을 중단했다. 또 에어부산은 중국으로 가는 총 9개 노선 중 7개의 운항을 중단했고 티웨이항공은 인천~선양 등 5개 노선을 중단했다.
해운·철강·조선 등 업계는 아직 뚜렷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면서도 “중국정부도 수요 회복과 경기부양을 위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자금 지원 강화할 것”
신종 코로나 여파로 기업이 차례로 타격을 받는 가운데 정부도 비상대응체계에 들어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대응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2월 중 시장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수출지원책을 마련하고 내수위축 등의 업종에는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운영비용 절감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들 애로에 책임있게 응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과 산업에 재정지원을 지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 외국 관광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해외여행의 발길도 끊기며 부품공급망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한국경제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