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선수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악재 속에서 치른 지난 15일 멕시코전에서 축구대표팀은 2-3으로 패했다. 스코어는 석패지만 거의 끌려 다녔다. 맞물려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도 빌드업 축구를 고집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의식한 듯 파울루 벤투 감독은 카타르와의 경기를 앞두고 "멕시코전과는 다른 형태의 경기가 될 것이다. 지난 경기 때 부족했던 모습을 보완해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전반전 벤투 감독이 추구한 빌드업 축구는 하프라인 아래에서만 유효했고 낮은 곳에서 실수가 잦아 결정적인 실점 위기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공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변변한 슈팅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유연함이 가미된 뒤에는 상황이 호전됐다. 승리 이상, 후반전의 변화가 의미 있던 경기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밤(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 축구는 통산 A매치 500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1948년 이후 카타르전까지 한국은 929회의 A매치에서 500승228무201패를 기록했다.
FIFA 랭킹 11위 멕시코와의 경기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무대였다면 카타르전은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잣대였다. 카타르의 10월 기준 FIFA 랭킹은 57위로 AFC 소속 국가 중에서는 일본(27위), 이란(29위), 한국(38위), 호주(42위)에 이어 5위다. 아시아에 할당되는 월드컵 본선 티켓이 4.5장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본선행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을 지닌 팀들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갚아야할 빚도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 2017년 6월 도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서 카타르에 2-3으로 졌고 이어 2019년 1월 아부다비에서 펼쳐진 아시안컵 8강에서도 0-1로 패배, 상대전적 2연패 중이었는데 설욕했다.
한국이 아주 일찍 선제골을 넣으면서 산뜻하게 출발한 경기다. 강한 전방 압박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실수가 나왔고 공을 가로챈 황의조의 패스를 황희찬이 가볍게 밀어 넣어 기선을 제압했다. 킥오프 후 득점까지 16초. 한국 축구 A매치 사상 최단시간에 터진 골이었다.
팀의 흥은 오르고 상대는 맥이 빠지면서 출발했는데도 이후 양상은 기대에 어긋났다. 전반 9분 만에 상대 스루패스 하나에 수비라인이 붕괴되면서 동점골을 허용, 리드를 지워버렸고 이후에도 수비진은 불안불안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역전됐을 장면들이 2~3차례나 있었다. 공격 전개도 답답했다.
멕시코의 수준 높은 압박에 비하면 한결 수월했던 카타르였는데 벤투호의 후방 빌드업은 사실상 공 돌리기 수준이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과 황의조 등 빅리그를 누비는 공격수들이 있어도 공이 투입되질 않으니 무용지물이었다. 전반 35분 이재성-손흥민-황의조의 골로 이어지는 합작품으로 다시 리드를 잡은 것은 그래서 천만다행이었다.
후반전은 나았다. 나아지는 배경 속에는 고집을 버린 유연함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후방 빌드업을 바탕에 깔았으나 후반전에는 킥이 좋은 센터백 원두재의 롱킥으로 단계를 생략하던 장면들이 늘었고, 킥과 함께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황의조에 이재성과 남태희까지 공격자원들이 적극적으로 카타르 수비진에게 도전적으로 달려들면서 틈을 만들어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김태환 대신 이주용을 넣어 풀백을 바꿨고 이재성을 불러들이고 손준호를 넣으며 중원 조합도 변화를 꾀했다. 2020년 K리그 MVP인 손준호의 가세 역시 유연함을 가미시켰다. 후방까지 내려온 손준호가 원두재와 함께 롱킥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카타르 역시 계산이 복잡해졌다. 좌우 전환 속도도 빨라졌다.
후반 30분에는 창의적인 패스가 좋은 이강인과 빠른 엄원상이 들어갔다. 상대에게 고민거리를 많이 안겨주면서한국의 흐름을 더 좋아졌고 공격 빈도가 늘자 자연스레 수비적으로도 안정됐다.
경기 막바지로 갈수록 더 안정되게 주도권을 유지하던 한국은 결국 2-1로 경기를 마무리, 카타르에게 진 빚을 갚는 것에 성공했다.
이긴 것 이상 고무적인 것은 '경기 내용의 긍정적 변화'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문제는 빌드업 축구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대처 부족'이라던 지적을 고려한 듯한 변화라 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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