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시장 리서치부터 투자자문과 자산운용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꿈꾼다.”
최근 2050 탄소중립이 전세계의 화두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공식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증권맨, ‘블루오션’ 탄소배출권 시장 노리다
탄소배출권 시장을 14년 전부터 연구해 온 김태선 나무이엔알(NAMU EnR) 대표에게 이 같은 변화는 남다르다. 나무이엔알은 탄소배출권시장·전력시장·화석연료시장·신재생에너지시장 리서치 전문기관이다. 시장참여자가 에너지 관련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장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회사명의 ‘EnR’은 에너지·환경·경제의 ‘E’와 연구(리서치)의 ‘R’을 조합해 만든 합성단어이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탄소 시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증권맨 출신이다. 삼성투신운용·제일선물·현대선물을 거치면서 주식·채권·외환·원자재 시장을 대상으로 한 금융공학 및 투자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금융공학 업무에선 파생상품시장(선물·옵션·스왑·레포 등) 전반을 다뤘다.
탄소 시장을 마주한 건 2007년이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자회사인 현대선물 재직 시절 모사의 사업영역 확대 및 해외선물 영업지원 차원에서 유럽의 탄소배출권시장을 만났다. 그는 “2007년만 해도 한국은 탄소 감축에 관심이 적었다”며 “반면 유럽은 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에너지를 포함한 탄소배출권 및 환경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나무이엔알 설립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앞서갔던 연구는 15년 뒤인 2015년 국내에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될 당시 빛을 봤다. 김 대표는 연구용역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국내 배출권 거래제 설계에 참여했다.
현재 거래제에서 시행되고 있는 파생상품 도입과 이월제한제도 및 배출권 부족분에 대한 과징금 등이 그가 연구용역 당시 강조했던 것들이다. 거래량 가중평균 기준으로 배출권 가격이 선정되는 것도 김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설계 노고를 인정받아 환경부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가격 선정·위험 관리·수급 균형 등에서 허점들을 짚었고 정부도 이를 반영한 덕에 지금의 거래제를 만들 수 있었다”며 “제도에 대한 의견 개진이 법령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반영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탄소배출권 시장 대중화가 목표
올해부터 시작한 배출권 거래제 3기에는 개인투자자 등 제3자 참여와 파생상품 도입이 가능해진다. 그도 덩달아 바빠졌다. 개인투자자는 이 시장에 익숙하지 않아 쉽고 다양한 분석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추진계획으로 이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전문가·비전문가가 몰리고 있다.
탄소배출권 시장의 대중화를 이끄는 게 그의 목표다. 최근 시작한 유튜브 ‘김태선TV’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파생상품시장 도입과 관련해서는 선물시장에 대한 이론가격·헤지전략·차익거래전략 등을 시장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탄소배출권시장은 전력회사(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에 의해 견인되는 만큼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수준이 탄소배출권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석탄과 가스 간 연료 전환 가격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크 스프레드·그린 스프레드·클라이밋 스프레드 등의 다양한 투자지표 개발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부터 적용될 파리기후변화협약과 함께 미국과 중국의 시장 참여로 탄소배출권시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글로벌 관점 하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금융을 접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시장이 한층 더 성숙하려면 IB(기업금융)의 참여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탄소 중립에서 중요한 것은 ‘녹색금융’이다. 하지만 긴 투자가 필요한 시장인 만큼 IB가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정부가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모범을 보여 국책금융기관과 IB가 따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개입을 최소화해 ‘한국형 ETS(배출권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그는 “무조건 유럽식 거래제를 따라가기에는 국내 마켓 구조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와 수출 규모를 고려해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정부 개입은 줄여야 한다.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 구성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여러 옵션 중 하나”라며 “시장 메커니즘인 까닭에 시장 관련 정보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만이 아닌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