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중후장대 최고경영자(CEO)들이 황제 리더십이 아닌 '동료 리더십'을 앞세워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제철소 현장직 직원들 중심의 '현장직군 영보드(Young Board)'를 별도 신설했다. 참여 직원도 기존 과/차장급에서 대리급 이하로 낮췄다.
"뭐든 질문하면 직접 답장하겠다"
포스코는 지난 1999년부터 본사 및 연구소의 차장·과장급 직원이 참여하는 영보드를 운영해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개편을 통해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사무·엔지니어 직원들 중심의 영보드에 직원 참여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는 최근 영보드 멤버들과의 만남에서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의 보다 젊고 생생한 목소리가 CEO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며 "영보드는 일터에서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는 점과 아이디어를 경영층에 가감없이 제안하고 경영층의 철학과 비전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활동하게 될 2021년도 영보드는 지난달 사내 공모 제도를 통해 총 24명 규모로 선발됐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3실(실질·실행·실리) 관점의 일하는 방식 혁신 ▲세대/계층 간 소통 활성화 등에 대한 다양한 개선 및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해 1년에 총 4회 이상 CEO를 만나 이를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영보드가 제안해 회사 정책에 반영된 성과는 '협업 KPI(핵심성과지표)', '협업포인트제' 도입이다. 이 밖에 ▲남직원 태아검진휴가 부여 ▲공모포상제도 ▲정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도입도 영보드 제안에 따른 것이다.
안동인 현대제철 사장은 '투 씨이오(To. CEO)'를 통해 직원들과 상시 소통을 하고 있다. 'To. CEO'는 온라인을 통해 직원이 의견을 전달하면 안 사장이 직접 작성자에게 피드백하는 제도다. 안 사장은 직접 회사의 주요 경영 이슈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프롬 씨이오(From CEO)'도 개설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도 실적 개선을 끌어낸 유무형 성과는 임직원의 책임감과 사명감에 기인한 것을 잘 안다"며 직원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번개 회식·현장 방문으로 직원들 기살리기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소통에 적극적인 CEO 중 하나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과 '점심 번개'를 가지며 직원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 도모를 위해서는 사무공간에 별도로 다트 게임방, 헬스케어룸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세아그룹 오너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회장과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도 직원들과 함께 사내 카페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두 부회장을 마주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유연한 조직문화'와 '현장의 재량권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는 매년 상하반기 1회씩 임직원 간담회를 실시하고 지방 1인 사무소 등 직원이 적은 현장에 직접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대·시대 변화에 맞춰 CEO들도 파격적이고 신선한 소통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수장이 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