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매출 비중은 정유 66%, 화학 20.4%다. 2019년에는 정유가 73%, 화학이 19%였다.
'육상 수송용→화학 원료용' 전환 외친 SK이노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은 매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정유 사업을 줄이고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생산 비중이 대등한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휘발유·경우 생산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전날 열린 '스토리 데이'에서 "울산 CLX에서 생산하는 육상 수송용연료인 휘발유·경유 생산을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육상 수송용 연료의 수요 감소 속도 등 시장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최적의 의사결정 시점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로 온실가스 대부분은 이산화탄소다. 정유업종은 철강업과 함께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업종이다. 지난해 SK에너지는 658만톤, SK종합화학은 318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SK그룹이 친환경을 필두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정유 계열사가 탈탄소 측면에서 기여해야 할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美·日 정유시설 속속 구조조정
'휘발유·경유 생산 제로'를 외친 SK이노베이션의 과감한 언급에 관련 업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국제 에너지 관련 기구 및 연구기관들은 향후 3~9년 내 수송연료 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리서치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30년 휘발유 수요가 정점에 달한다고 관측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휘발유 수요는 2024년, 경유 수요는 2024년 또는 2025년에 최대치를 찍는다고 점쳤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 이후부터는 연료의 중심축이 수송용에서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원유를 정제할 때 석유제품이 생산되는 비중을 최소화하는 등 석유 용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가 거세지면서 노후화된 설비에 재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최대 오일메이저 엑슨모빌은 호주 정유시설 알토나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기존 시설을 연료수입 터미널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영국 오일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도 호주 최대 정유설비인 퀴나나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일본, 뉴질랜드 등에서도 노후 정유시설 폐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화학원료 더 확보하라"… 기술개발·설비투자 나서
국내 기업들도 포트폴리오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원유에서 석유화학 원료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국 석유화학 기업 하니웰 UOP과 '하이브리드 COTC' 기술협력에 나섰다. 유전에서 뽑아낸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 경유, 중유, 항공유, 납사 등이 나온다. COTC 기술이 적용되면 기존보다 납사 생산 비중을 32% 늘릴 수 있다.
석유화학 설비도 늘린다. GS칼텍스는 이달이나 다음달 전남 여수 제2공장 MFC(올레핀 생산시설)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MFC 신설로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85%인 정유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낮출 방침이다. 회사는 오는 8월 말 충남 서산 석화단지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을 가동해 연간 에틸렌 85만톤, 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개발할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위해서다. 바이오항공유는 탄소 배출을 기존 항공유 대비 80%까지 줄일 수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납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석유제품 중 약 47% 정도 차지하지만 2040년 6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다만 석유제품이 연산품임을 고려할 때 납사 수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생산기술 개발과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부산품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