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가 배터리에 이어 소재 분야에서도 접전을 펼친다. 배터리 소재 시장은 올해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본격 개화와 맞물리면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급성장에 분리막 선점 전쟁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소재 시장은 9년 후 5~6배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배터리 양극재 수요는 올해 99만톤에서 2030년 605만톤으로, 음극재는 50만7000톤에서 265만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분리막 수요도 26만1000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넘어 합작사 설립이나 소재 기업 M&A(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전지소재 분야에 6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고 첫 행보로 LG전자의 분리막 사업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5250억원이다.
배터리 원가에서 15~20%를 차지하는 분리막 사업을 자체 개발해 소재 내재화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의 분리막 사업 생산능력은 연간 10억㎡다. 이는 전기차 10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회사는 분리막 원료인 고분자 PE(폴리에틸렌) 자체 조달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선 LG화학이 세계 3대 습식 분리막 업체인 일본 도레이그룹과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리막 합작 공장 설립에 나설 것으로도 보고 있다. 도레이는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트필름코리아 구미 공장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LG화학에 납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생산 자회사 SKIET도 생산 능력을 확대해 글로벌 톱 자리를 지킨다. 지난해 SKIET의 티어1(1등 기업군) 습식 분리막 시장점유율은 26.8%로 세계 1위였다. 티어1 분리막 시장은 테슬라, 폭스바겐, 르노닛산, 포드 등 선두권 기업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이다.
SKIET와 일본 아사이카세이, 도레이 등 고품질 분리막은 세계에서도 몇몇 기업만이 생산 가능하다. 티어1용 습식 분리막 공급사들은 전체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이 2018년 63%에서 2025년 74%로 확대될 전망이다.
SKIET는 2023년 말 생산을 목표로 폴란드 분리막 3·4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1조1300억원이 투입됐다. 폴란드 3·4공장 생산능력은 각각 4.3억㎡ 규모다. 기존 폴란드 1공장(3.4억㎡)·2공장(3.4억㎡)과 국내(5.2억㎡), 중국(6.8억㎡)공장까지 합치면 2024년까지 총 27.4억㎡이 생산 가능하다. 삼성SDI는 국내 분리막 업체인 더블유스코프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늘리고 또 늘리고… 원가절감 초점
배터리업계는 양극재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능력을 올해 8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연말에만 ▲청주공장 3만5000톤 ▲익산공장 5000톤 ▲중국 우시 공장 4만톤 증설을 앞두고 있다. 회사는 양극재의 재료가 되는 메탈 수급을 위해 광산 업체와 JV(합작사)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소재 전문 기업 BTR 등과 공동 투자해 양극재 생산 합작 법인을 세웠다. 중국 현지에 건설되는 양극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만톤으로 전기차 약 47만대에 공급될 수 있다.
삼성SDI도 국내 최대 양극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손잡고 양극재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이들은 포항 2공장 착공을 추진하고 있으며 헝가리 추가 투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극재 투자도 뒤지지 않는다. SK머티리얼즈는 미국의 배터리 음극 소재 기업인 그룹14 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국내 부지 선정 과정에 있으며 2023년 생산이 목표다.
음극재 생산엔 주로 흑연이 사용되는데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를 사용한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2025년까지 연평균 70%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실리콘 음극재엔 ‘모노실란’이 필요한데 SK머티리얼즈가 이 시장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원료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리튬, 니켈 등 원료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과 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했다. 전세계 니켈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선 10조원 규모의 배터리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배터리 셀 생산에 필요한 니켈 광석의 70% 이상을 인도네시아 현지 광산에서 조달하겠단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리튬생산 업체인 톈치리튬의 자회사 톈치리튬퀴나나와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자체적으로도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상황이다. 삼성SDI는 중국 간펑리튬에 1.8%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