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끌던 레바논 선수들이 한국의 선제골 이후엔 벌떡 벌떡 잘만 일어났다. '침대 축구' 특효약은 역시 선제골이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새삼 절실하게 증명된 경기가 나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후반 15분 터진 권창훈의 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이날 레바논은 경기 초반부터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시켰다. 모스타파 마타르 골키퍼는 한국의 슈팅을 방어한 뒤 특별한 충돌이 없었음에도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 누웠다. 그라운드 위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골키퍼의 특성상 한국은 고스란히 시간을 빼앗겨야만 했다.
마타르 골키퍼는 이후에도 골킥을 늦게 차거나 충돌 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여러 차례 한국의 템포를 끊었다.
이외에도 미드필더 왈리드 슈르는 큰 부상인 것처럼 쓰러져 들것이 들어오게 한 뒤 밖으로 실려 나가자마자 손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등 의도가 느껴지는 시간 지연을 했다. 조지 멜키와 수니 사드 역시 한국의 프리킥 상황에서 시간을 끌며 얄미운 행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 모든 비매너는 후반 15분, 권창훈의 선제골이 터진 이후 깔끔히 사라졌다.
득점이 나온 지 불과 1분 뒤 권창훈이 알렉산더 멜키에게 뒤에서 늦은 태클을 했다. 이전까지 나온 그 어떤 장면보다 위험한 태클이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진 멜키는 언제 아팠냐는 듯 곧바로 일어나 경기를 재개했다.
이후에도 레바논은 충돌 장면이나 골킥 장면에서 단 한 번도 시간을 끌지 않았다. 드러누운 선수도 없었다.
이대로 끝나면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아는 레바논 선수들은 없는 시간도 쪼개고 쪼개며 아껴섰고, 넘어져도 벌떡 벌떡 일어났다. 침대 축구의 특효약은 역시 선제골이었다.
이날의 내용은 앞으로 8번이나 더 남은 최종예선 기간 내내 대표 선수들이 염두에 넣고 있어야할 '정답'이다.
강력한 라이벌 이란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국을 상대로 신중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고 그들의 밀집수비와 이어지는 침대축구는 최종예선 내내 벤투호가 풀어야할 숙제다.
경기가 끝난 뒤 볼멘소리를 해봤자 비생산적이다. 결국 필드 안에서 제압해야하는데, 역시 답은 선제골이다. 골이 터지는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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