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진 작가의 개인전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 전시회가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뮤지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허진 작가가 1991년부터 재직해온 전남대학교 퇴직을 앞두고 그동안 화업을 돌아보는 '정년퇴직 기념전'으로 '자유의 몸'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그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허 작가가 말처럼 힘찬 장거리를 달려왔음을 나타낸다. 이어 인간 삶의 둘레에 쳐진 울타리를 그림으로 뛰어넘었듯 말처럼 허들을 뛰어넘겠다는 야심도 함께 내포돼 있다. 그동안 인간 삶의 둘레에 쳐진 울타리를 그림으로 뛰어넘었듯이, 말처럼 허들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이 이번 전시 제목에 농축되어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교수라는 생활 속에서 야생성을 누르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면서 "정년퇴직을 통해 그간 억눌렸던 속박에서 벗어나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하 1-2층 총 300평 규모의 대규모 전시장에서 열리는 만큼, 작품도 100호 이상 대작을 50점 이상 포함 총 300여점에 달한다.

지하 2층은 회고전, 지하 1층은 근작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앞서 1990년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선보인 첫 개인전 '묵시'와 이어진 전시 '환', '유전'에서 사회가 풀지 못한 한국 근현대사의 강박을 파편적 화면으로 펼쳐보였고, 이후 '다중인간'을 통해 인간에게 부여된 신체와 피할수 없는 고통을 묘사했다. 구제금융 국면으로 추락한 1990년대를 그린 '현대인의 초상', 아우라가 빠져나간 환경 속 낯선 물상들과 얽혀있는 인간의 모습을 구현한 '익명인간' 등도 인간이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2010년대 이후에는 인간과 함께 동물을 그렸다. '유목동물+인간=문명',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연작 등이다. 이때부터 인간은 검은 실루엣으로 화면에서 작아지는 대신 은빛의 거대한 동물들은 화면을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허진 작가는 "전시장이 두 개 층이어서 면적이 넓다. 전시작의 한 축은 최근작이고 한 축은 전에 공개하지 않은 '유전' 시리즈가 될 것이다. '묵시'에서 더 나아간 '유전'은 지금 우리에게 과거는 무엇이고, 역사는 현재에 어떤 그림자를 남기는지를 모색한 작품들이다. 역사를 '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 나 자신에게 새롭게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진 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하고 살핀 이근정 기획자는 "허진 작가는 배짱의 작가다. 그의 상상력은 사실상 전복의 상상력이다. '동물' 시리즈의 경우, 그동안 작품 해석이 '생태 보전' 쪽에 치우쳐 있었다. 허진은 이종이 경계 없이 어우러진 혼종의 경지를 묘사한다. 중심과 주변이 뒤집어져 삶의 양식을 확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희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허진의 화의는 개몽적이고 진취적"이라며 동양화라는 장르예술에 새로운 성정을 부여함으로써 예술적 생산성의 확장을 이뤘다"고 평했다.
허진은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운림산방 화맥의 5대손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1991년부터 전남대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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