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 중립 흐름에 발맞춘 비전과 계획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기업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 인프라에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전날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 총회에 모여 수소생태계 확대를 위한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국내 15개 대표기업 참여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며 "향후 (협의체) 회원사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번 협의체 출범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는 앞으로 한국에서 수소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협의체를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를 잘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통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참여 기업들의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펀드 조성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체 기업들이 유망한 수소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해외사업 및 수소 인프라 투자를 추진함으로써 수소사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요 참여 기업의 총수들도 기업간 수소 사업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은 "유기적인 밸류체인 구축은 수소 생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수소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그린수소 생산, 수소 액화플랜트 등에서 핵심역량을 확보하면서 적극 키워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협의체가 한국 수소경제 발전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수소경제로의 전환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주도권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 무한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규제' 강화에 마음 바빠진 기업들
수소협의체는 매년 9월 총회를 열고 수소 산업 관련 주요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협의체는 분과별 협력 과제를 선정해 세부 추진방안을 도출하는 정기 모임도 진행한다. 이 밖에 ▲수소 관련 투자 촉진을 위한 글로벌 투자자 초청 인베스터 데이 개최 ▲해외 수소 기술 및 파트너 공동 발굴수소 관련 정책 제안 및 글로벌 수소 아젠다 주도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협의체는 15개 회원사로 이뤄졌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효성그룹, 코오롱그룹, 이수그룹, 일진그룹, E1, 고려아연, 삼성물산 등이다.
앞서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은 지난 3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동참하며 수소기업협의체 출범 계획을 공식화했다. 롯데와 한화, 두산 등도 잇따라 협의체 동참 의사를 밝혔다.
기업들이 합종연횡에 나선 건 선택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글로벌 탄소규제 시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했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설정했다. EU(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한다. 미국 역시 역시 탄소 중립을 국가 과제로 내걸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베팅'
기업들은 2050년 3000조원이 될 수소경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40년까지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에 대해 수소전기차나 전기차만 출시할 계획이다. 수소의 생산, 공급, 저장, 운송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수소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추진한다.
SK그룹은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태계 조성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5년 연간 28만톤 수소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기존 고로 설비를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사용할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제철을 하는 방식이다.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 500만톤, 매출 30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10조원을 투자한다.
현대중공업은 2030년까지 풍력 에너지를 이용한 1.2MW(메가와트)급 수전해 플랜트를 가동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은 소형 선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수소 충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수소연료전지 발전분야와 수소액화플랜트 생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창원 공장에 수소액화플랜트를 건설해 블루수소를 생산, 활용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수소 기술로 탄소중립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새 비전을 앞세워 독일의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립한다. 완공은 오는 2023년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수소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수분제어장치 시장을 겨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