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614억원의 횡령금을 올 1분기 회계상 손실로 반영해 다음주 공시할 예정이다./사진=우리은행

614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횡령금의 절반가량을 선물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모두 잃은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우리은행은 해당 횡령금을 올 1분기 회계상 손실로 반영해 다음주 공시할 예정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직원 A씨가 횡령한 614억원을 1분기 회계에 영업외 손실로 반영하고 이를 오는 16일 공시할 게획이다.


A씨가 횡령한 자금은 우리은행이 이란 기업 '엔텍합'에 돌려줘야 하는 계약금의 일부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엔텍합에 매각하려 했을 당시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매매대금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했었다.

채권단은 엔텍합이 낸 계약금을 몰취했는데 이를 A씨가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시중은행 별도 계좌에서 관리를 해오면서 이를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말 600억원가량을 엔텍합에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엔텍합에 돌려준 계약금은 내부 자금으로 처리해 1분기 비용으로 잡힐 예정"이라며 "이후 횡령금이 회수되면 다음 분기에 환입 처리해 분기 이익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이미 했지만 횡령 자금을 회계상 1분기 영업외 손실 처리해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614억원의 횡령액이 영업외 손실로 처리될 경우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익도 감소할 전망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1분기 761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5대 시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9773억원), 신한은행(8631억원)이 1, 2위를 차지한데 이어 3위가 우리은행, 4위가 하나은행(6671억원)을 기록했다.

단순계산으로 우리은행 순이익에서 614억원을 깎아도 하나은행보다 높은 순이익을 유지해 은행권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경찰청과 금융권에 따르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횡령금으로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318억원을 손실을 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외 나머지 횡령금은 해외로 송금되거나 본인·가족 명의의 부동산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경찰이 포착해 확인 중에 있다.

2012년, 2015년, 2018년 세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A씨를 상대로 경찰은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없다. 경찰은 끝까지 추적해 횡령금을 최대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횡령금을 투자 등을 통해 모두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A씨의 범죄수익 환수를 진행 중이지만 자산동결 등 회수절차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우리은행이 최근 A씨의 아파트 등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