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서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에 대한 자산유동화어음(ABCP) 상환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월28일 강원중도개발(GJC)에 대한 기업회생신청 사실을 밝힌 게 발단이 됐다. 강원도의 보증책임을 믿고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은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이행 거부로 받아들였다.
흥국생명이 5억달러(발행 당시 환율 기준 5571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 채권 신뢰도가 추락하고 어려움은 가중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강원도와 흥국생명은 기존 결정을 번복하고 관련 사태 해결을 약속했지만 금융시장 혼란은 여전하다. 한번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기 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중앙 정부와 금융기관, 태광그룹 계열사 등이 동원됐고 금융당국은 50조원에 달하는 혈세 지원과 '채권시장자구안정펀드'(채안펀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저신용 등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 지원에는 대형 증권사 9곳이 500억원씩 출자한다. 태광그룹도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150%) 이하로 떨어진 흥국생명에 대한 자본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지분 56.53%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와 그의 친족 지분 합이 81.95%에 달해 '사실상 개인회사'다.
금융시장 경색 여파로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흥국생명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과거 행적 논란도 재조명된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과거 5·18 민주화 운동 비하로 '뭇매'
2019년 자유한국당 의원이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공동 주최했는데 공천회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당시 김 지사는 "5·18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며 "북한군 개입 여부를 제대로 밝히겠다"고 했다.
공동 주최자인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적 세력에 의해 5·18 사태가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순례 의원도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공청회에서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공청회 사회를 맡은 보수논객 지만원씨 역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행사 이후 역사를 왜곡하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욕보인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김진태 의원은 경고, 김순례 의원도 당원권 3개월 정지를 조치했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됐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4월1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다시는 5·18민주화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이 일로 상처받은 국민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황제보석 논란으로 물의
2011년 구속기소 된 직후 보석으로 석방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약 8년의 재판 기간 대부분을 풀려난 상태에서 보내 '황제보석' 논란을 빚었다. 보석 기간 중 이 전 회장은 술집 등 거주지와 병원 이외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보석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허위진단서가 제출됐다는 의혹도 일어나면서 2018년 재수감됐다.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무자료 거래와 허위 회계처리로 회삿돈 500억원을 횡령하는 등 회사에 90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2019년 대법원은 횡령·배임 혐의에 징역 3년, 분리선고한 조세포탈 혐의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재수감된 이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에는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태다. 현재는 막후에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인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 기회가 있었지만 이 전 회장은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