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과 2000년 1월 대구 공사장의 폭발·붕괴 사고는 복공판 부실이 원인이었다. 해당 사고로 각각 220여명,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하철 공사 등 도심 내 지하굴착공사에서 임시통행로 역할을 하는 '복공판'의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기술안전과 품질관리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일부 현장과 신제품의 문제성을 인정하고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재사용되는 중고제품의 이력 관리 문제 등은 제도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안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의결해 국토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한 '지하 구조물 공사 차량·보행자 임시통행 건설자재 관리 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12월4일 계획을 마련, 2024년 9월30일 제도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정부의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라 철도·도로 등 지하굴착공사가 증가하고 복공판 사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가 부실제품과 중고 사용에 따른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1995년 4월과 2000년 1월 대구 공사장의 폭발·붕괴 사고는 복공판 부실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고로 각각 220여명,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차량 미끄럼 사고도 수시로 발생했다. 불량 복공판의 경우 깨지거나 휘어져 안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잦은 교체로 인해 예산이 낭비되는 문제도 있다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해당 업계의 관계자가 관련 특허 보유자와 관리기준 제·개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경제성만을 강조하게 되고 안전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실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증하는 신기술 가운데 A사의 복공판은 특허를 사들여 국내 여러 공공공사 현장에 사용됐지만, 시험성적서 제출조차 누락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성적서 조작 문제도 제기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공사업체 A사는 형제가 운영하는 복공판 제조업체와 특허를 공유해 피로성능시험을 통과했지만 허위 품질검사와 성적서 위조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고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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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정책 주도권 가져 공정성 훼손

해당 시험을 실시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업체가 의뢰한 제품의 크기를 시험할 수 있는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적서 내용을 속이는 등 위조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A사는 LH 공모를 통해 해당 제품의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이 같은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에도 민간 건설품질검사기관이 복공판의 피로성능시험 성적서를 지속해서 허위로 발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부의 특별점검을 받았다. 경기 화성시에 소재한 해당 기관은 LH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건설현장의 자재시험 등을 수주해 급성장했는데, 복공판 성능시험을 실행하지 않고도 허위로 성적서를 발급해 민원이 제기됐다.

건설업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개선방안으로 안전검사 수수료 현실화와 검사항목·평가방식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와 함께 복공판의 품질검사가 피로·진동검사 없이 이뤄지고 제조연월의 별도 표시가 없는 점, 중고 여부 미확인, 허위 검사, 결과 위조 등에 대한 제재·처벌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복공판 제조와 유통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관행적 결함들이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국토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중고제품 유통 내역의 관리 등은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복공판 설계·시공기준 제·개정 작업에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제작·사용 이력 표시 등 관리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도 "건설공사현장의 주요 자재 가운데 비용과 환경 문제 유발로 재사용되는 것들이 많은데 복공판이 대표적인 경우"라면서 "재사용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유통 내역을 체계화해 수명 관리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특정 회사와 제품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적 미비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권고 내용을 100% 이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업계 위주로 만들어지는 설계기준의 공정성 문제와 안전성 부실 검사, 허위 결과, 중고 복공판 관리 책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