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호주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호주로부터 안정적으로 자원을 공급받아 이차전지, 수소 등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서호주와 핵심광물, 청정수소·암모니아, 탄소포집및저장(CCUS), 그린 철강 협력 강화를 위한 의향서(Letter of Intent, LoI)를 체결했다. 양국은 에너지 프로젝트 발굴, 투자, 제조생산 및 수출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서호주는 자원이 풍부하면서도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갖춰져 한국의 광물 공급망 구축에 핵심지역으로 평가된다. 서호주의 광물 생산량은 리튬 5만5000톤(세계 1위), 코발트 5600톤(3위), 희토류 2만2000톤(4위), 니켈 15만톤(5위), 망간 428만톤(4위)에 달한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광대한 토지에 기반한 그린 수소 생산 잠재력도 지녔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호주는 한국의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오랜 시간 협력하고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한국과 호주는 30년 가까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포스코가 호주의 로이힐 광산 지분을 인수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원을 공급받은 경험이 좋은 선례로 남아 호주와 협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한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로 공급망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평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원 안보를 이유로 빗장을 걸고 있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한국은 호주로부터 원만하게 자원을 들여오고 있다.
강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과 관계가 좋은 호주는 한국에게 리스크가 가장 적은 자원 부국"이라며 "거리상으로는 중국보다 멀지만 외교상으로는 우방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마크 메그완(Mark McGowan) 서호주 수상은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국가스공사 등을 방문하며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서울 포스코센터를 방문한 마크 메그완 수상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환담을 나누며 이차전지 소재, 수소, 그린스틸 사업 등을 논의했다.
포스코의 호주 자원개발 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만난 마크 메그완 수상은 "포스코그룹은 서호주와 전통적인 원료 협력뿐만 아니라 청정수소와 그린 스틸, 이차전지 소재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철광석, 리튬, 니켈 등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에 4조원 이상을 투자해왔으며 서호주와 그린 철강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HBI 생산·공급 사업 등에도 협업하기로 했다.
마크 메그완 수상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미래 전기차와 수소차 기술 역량을 확인했다. IRA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와 서호주는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있다. 현대차는 호주로부터 전기차 모터의 핵심 원료로 활용되는 희토류를 매년 1500톤씩 공급받고 있기도 하다. 호주의 그린 수소 잠재력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수소자동차에 대한 협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마크 메그완 수상과 만나 철광석 수급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했다. 현대제철은 2000년대 초부터 BHP빌리턴과 철강제품 생산의 핵심 원재료인 철광석을 장기 거래 중이며 안정적인 제철 원료 확보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서호주 수상실 관계자는 "자원이 풍부한 서호주와 수소,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하는 한국의 니즈가 맞아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서호주가 해외 투자처를 유치하고 있는데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