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7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다음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3'(MWC 23)에서 망 이용료 법제화 관련 연설을 한다.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지난 1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빅테크가 일부 통신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르셀로나에서의 내 연설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는 "협의는 약 12주 동안 이뤄질 것"이라며 "올 말까지 법안이 마무리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 망 이용료 부과는 뜨거운 이슈다. EU는 2030년까지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두고 모두가 원활한 디지털 환경 및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뿐 아니라 빅테크 중심의 콘텐츠 사업자(CP)도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도이치텔레콤과 오렌지, 텔레포니카, 텔레콤 이탈리아 등 유럽 대형통신사들은 수년째 빅테크가 5G와 광대역통신을 위한 인프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메타·아마존·넷플릭스·애플·MS·구글 등 이른바 '6대 CP'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빅테크들은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는 '인터넷 통행세'라며 반발해 왔다.
로이터는 브르통 위원의 발표를 'ISP를 지지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내년 선출 예정인 EU 집행위원장 유력 후보인 그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 주최 MWC에 참석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르통 위원의 MWC 연설은 차기 위원장 후보로서 대외 인지도와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벤트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며 "전기차와 트위터 등 미국 거대기업에 강경했던 그의 행보를 고려하면 빅테크에 대한 발언 수위도 꽤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EU가 MWC에서 망 이용료 이슈 점화로 각국에서도 법제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MWC는 개막일 첫 키노트의 주제를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정했는데 여기서 '공정'은 유럽 ISP들이 강조해 온 빅테크의 비용 분담이다. 둘째 날 GSMA 장관급 프로그램 세션 주제도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 실현'이다. 여기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각국 관료들이 참여하는 만큼 망 이용료 법제화를 위한 글로벌 정책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