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자동차 '전기동력화'다. 세부 계획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모든 모델에 전동화 라인업을 추가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동화 차만 팔겠다는 메시지는 똑같다.

전기동력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발암물질로 불리는 질소산화물(Nox)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감축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21차 당사국총회, COP21)에 따라 모든 국가가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자동차회사들은 판매하는 제품인 '자동차'는 물론 생산 공장과 공정은 물론 소재를 가공하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5년여 전부터 내연기관차에서 순수전기차(BEV)로 관심이 빠르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토요타 등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일부 업체를 제외한 자동차회사들이 BEV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내연기관차 시장 후발주자들은 BEV로의 전환에 적극적이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 결과로 2020년쯤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설계와 생산방식을 담은 새로운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내연기관차의 종식이 머지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전기차들이 본격 출시될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공급망이 마비됐다. 자동차의 신경망으로 불리는 전선뭉치 '와이어링하네스'는 물론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생산을 멈췄고 소비자는 차를 주문해도 1년 넘게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 됐다.


갑자기 관심이 폭증한 전기차는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목표면서도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받았다. 100여년 동안의 노하우가 쌓인 내연기관차는 전통적인 완성차업체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반면 전기차는 핵심부품인 배터리·모터 등을 만드는 주요 부품사의 목소리가 커서 완성차업체의 눈엣가시였다. 이런 이유로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만 바라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전동화 전환 과정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중요한 찬스가 됐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전동화만 바라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동화를 선언한 회사들이 내연기관차를 차질 없이 잘 만들어야 생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도 여러 단점을 노출한 전기차보다는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연료를 주입해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을 쏟았다. 최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실시한 '2023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서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신차 구매 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를 선택하겠다는 한국 소비자 비율은 40%에 달한 반면 BEV는 17%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는 자동차회사와 친환경 가치소비를 하되 불편함은 싫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여러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점, 무리한 경쟁의 잔재라는 평을 받는 전기차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덕분에 시간을 번 만큼 보다 현실적인 전동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전보다 한층 완성도 높은 전동화 제품도 내놔야 한다. 사상 최대 실적에만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