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부진으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축구대표팀 숙소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북중미 월드컵에서 34위의 참담한 성적을 기록한 한국 축구를 향해 쇄신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이른바 '황금세대'를 보유하고도 졸전 끝에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홍 감독에게 집중되고 있다. 일부 편의점과 식당 등에선 '출입 금지' 문구까지 써 붙인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 협박 글까지 올라오는 등 비난이 도를 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홍 감독은 29일 퇴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감독 한 사람의 '초라한 퇴장'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번 실패는 개인의 역량 한계를 넘어 대한축구협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병폐와 난맥상이 낳은 예고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원칙과 절차를 지키지 않은 감독 선임, 정몽규 회장의 13년 장기 재임 속에 누적된 불투명한 의사 결정, 특정 인맥 중심의 운영이라는 카르텔 의혹 등 그동안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축구협회 감사에서 홍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절성 여부 등 9개 사안을 조사한 뒤 "정몽규 회장 지시를 이유로 규정상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 이사가 불투명한 방법으로 면접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 1심 법원도 문체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에도 정 회장이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전력강화위원회라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독 선임 문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축구협회는 예산 상당액을 정부 지원금과 스포츠토토 수익금 등 공적 재원에 의존한다. 그러나 공공성에 비해 운영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협회가 심혈을 기울여온 천안 축구센터 건립 과정에서는 거짓 사업계획서로 보조금을 부당하게 신청한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체부가 감사 결과의 후속 조치로 정 회장과 임원들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협회 측은 이를 이행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축구협회는 '그들만의 성'이 된 지 오래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데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처럼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었는데도 제대로 된 쇄신책이 나오지 않고 흐지부지된다면,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10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축구협회의 인사와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 망신을 한국 축구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