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올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영 효율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끝없는 불황의 터널… 허리띠 졸라맨 게임사
② 게임업계, 해외로 돌리는 발걸음
③ 저물어가는 확률형 아이템 시대… 새로운 BM 찾기 '과제'


게임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맸다.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인건비와 마케팅 등 영업비용을 줄이는 데 필사적이다. 신작 공개는 지연되고 출시작이 외면받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 지나치게 방만해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모든 게임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위메이드와 넥슨게임즈 등 일부 게임사는 채용을 늘려 주목받는다.

게임업계, 실적 악화에 비용 줄이기 총력

게임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데드사이드클럽' 공식 이미지. /사진제공=데브시스터즈

높은 연봉으로 개발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게임업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말부터 고용 한파가 거세게 불어서다. 인력 감축은 물론 연봉 동결과 사업부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1월30일 직원 약 40명에게 오후 1시 해고 사실을 알리고 퇴근 전까지 장비를 반납하라 통보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회사는 적자인 쿠키런 지식재산권(IP) 기반의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공지가 확대 해석됐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것이란 시각이다.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허민 대표가 세운 원더피플은 실적 악화로 문 닫을 위기다. 허 대표가 지난해 12월 폐업 가능성을 언급했고 지난달까지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랑사가'를 흥행시키며 게임업계 사상 최단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엔픽셀도 지난해 말부터 경영 효율화를 내세우고 조직 개편에 나섰다.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킹스레이드'로 유명한 베스파는 작년 여름 극소수 핵심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대형 게임사들도 예외 없다.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2021년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팔고 관련 서비스를 지난 2월17일 종료했다. 유니버스 관련 직원 70여명에 대해서는 전환배치를 진행했다.

크래프톤은 오는 3월부터 부서장 연봉을 동결한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 1월19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올해는 세계 경제가 침체된 어려운 상황이지만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조직 역량을 다지고 재무적 성과도 창출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넷마블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효율화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지난 1월16일 그룹 내 또 다른 개발사 '메타버스게임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관련 신사업을 맡는 계열사 메타버스월드는 인원을 줄였다.

연봉 인상 '부메랑'… 위메이드·넥슨게임즈의 빛나는 행보 '주목'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일부 게임사들은 오히려 채용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 /사진제공=위메이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비대면 산업이 부상하자 게임사들은 개발자 영입을 위해 너도나도 연봉 올리기에 나섰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이 당시 일괄적으로 연봉 800만원을 인상한다고 하자 넷마블·컴투스·펄어비스(800만원), 조이시티(1000만원), 엔씨소프트(1300만원), 크래프톤(2000만원) 등이 뒤이어 합류했다.

지나친 경쟁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게임 수요가 증가하며 '특수'를 누렸지만 작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게임 이용자 수는 줄고 이렇다 할 신작도 선보이지 못하면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연봉 인상 릴레이는 결과적으로 게임사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며 "인건비는 올랐지만 인기 신작이 없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위메이드와 넥슨게임즈는 오히려 채용을 늘리고 있다. 위메이드는 회사의 가장 큰 복지는 '좋은 동료'라는 믿음으로 지난해 5월부터 '위.인.전'(위메이드 인재 전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추천한 인재가 입사해 1년 이상 근무하면 추천인에게 포상금 최대 3000만원을 지급한다. 위.인.전을 통해 입사한 직원은 약 100여명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9월30일 기준 위메이드 직원수는 413명으로 1분기보다 약 40% 늘었다. 암호화폐 '위믹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플랫폼 부분 인원은 292명으로 약 38%가 증가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신작을 준비 중인 개발 자회사 다수를 포함하면 증가폭은 더 크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분기당 80~100명 채용 계획은 변동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넥슨게임즈도 300여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혔다. 신작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넥슨게임즈는 지난해 3월31일 통합법인으로 새로 출범한 이후 신입, 경력직 수시 채용과 넥슨컴퍼니의 인턴십 프로그램 '넥토리얼'을 통해 총 인원 1000여명 규모의 개발사로 성장했다.

장기적으로 신작 개발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서비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때 대처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사업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갖추기 위해 인재 영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