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기업들이 새로운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M&A와 연구개발 등 다양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2만원대서 300원대로… 무너진 코로나 진단키트 가격
②한땐 K-바이오의 핵… 진단기업 호시절 지났다
③"다시 시작이다"… 엔데믹 활로 찾는 진단기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호황을 누렸던 진단기업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진단기업들은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과정에서 무장한 유동성으로 M&A(기업 인수·합병)와 R&D(연구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M&A로 활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M&A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1월31일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르디안 바이오사이언스(메르디안)을 15억3199만달러(약 2조29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진행한 M&A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르디안을 통해 진단 플랫폼을 강화하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성장 전략은 지난 1월10일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공개됐다. 1976년 설립된 메르디안은 크게 LS(생명과학) 사업과 DX(진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LS 사업 부문은 PCR(유전자증폭), 항원, 항체, 의약품 원재료 생산·공급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평이다. 메르디안의 DX 사업은 특히 미국에서의 높은 시장 점유율로 GI(소화기) 패널, 납 중독 진단 제품을 보유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진단 플랫폼을 강화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다.

조혜임 에스디바이오센서 전무는 "양사의 주 거점과 생산 공장, 유통망을 합치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을 커버할 수 있어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 및 유통망 활용,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 가속화를 통해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내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자동화 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씨젠이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생활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본격적인 엔데믹 준비에 들어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R&D 확대하는 씨젠 "PCR의 생활화"

씨젠은 엔데믹 돌파를 위해 R&D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젠의 R&D 인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31명으로 2021년(259명)과 비교해 1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751억원으로 2021년(259억원)과 비교해 190%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씨젠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1000억원 이상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씨젠의 엔데믹 전략은 'PCR(유전자증폭)의 생활화'와 미국시장 진출 등 크게 두 갈래다. PCR의 생활화는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다양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씨젠의 글로벌 캠페인이다. 씨젠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PCR 진단 장비가 도입된 만큼 다양한 질환에서 PCR이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씨젠은 지난해 3분기 비코로나19 PCR 진단제품인 소화기감염증, 인유두종바이러스, 성매개감염증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씨젠은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제반 작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3월 미국 법인 씨젠USA의 법인장에 바이오 기업 베크만 쿨터 출신 리차드 크리거를 선임한데 이어 의과학 부문에 바이오임상 전문가 글랜 헨슨 미국 미네소타주 헤네핀 카운티 메디컬센터 박사를 영입했다. 미국 진단 제품 출시를 위한 글로벌 제약기업인 로슈 출신 인허가 전문가 루이 퍼랜드도 선임했다.

랩지노믹스가 최대주주로 사모펀드를 맞이해 엔데믹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10월 랩지노믹스가 구축한 GMP(의약품 품질 및 제조 관리 기준) 생산시설 모습. /사진=랩지노믹스

사모펀드에 인수된 랩지노믹스, 클리아 랩 인수

랩지노믹스는 새로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를 맞이해 엔데믹 돌파구를 마련한다. 루하PE는 지난 1월18일 진승현 랩지노믹스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 12.7% 중 9%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827억원, 전환사채(CB)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루하PE는 랩지노믹스의 지분 16.2%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 인수 후 첫 작업으로 내부 조직 개편에 나섰다. 오는 3월1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김정주 써모피셔 싸이언티픽 한국지사 부사장과 이종훈 루하PE 대표를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김 대표 내정자는 로슈진단, 써모피셔 싸이언티픽 등 25년 이상 진단업계에 근무한 전문가다.

루하PE는 랩지노믹스에 두 가지 무기를 장착할 계획이다. 먼저 미국 표준 실험실인 클리아 랩 인수다. 루하PE는 미국 클리아 랩 인수를 위한 테스크 포스(TF)를 본격 가동한다. 클리아는 질병 진단, 예방,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 검사를 실시하는 실험실에 대해 정확도와 신뢰도 등을 검증하는 표준 인증제도다. 인증받은 실험실을 이용하면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진단 서비스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질병 진단의 디지털화다. 병원에서 구축한 의료데이터의 경우 병원 이외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랩지노믹스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단을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사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