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가 잇단 철도 사고의 책임을 물어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사진·58)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결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지난 27일 이를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나 사장 역시 '단명'이란 숙명을 피하지 못했던 전임 코레일 사장들의 뒤를 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사장은 지역사회 이권 문제가 걸린 국영 철도산업의 특성상 정치권이나 정부의 단골 낙하산 자리로 인식돼왔다.


나 사장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한국철도기술연구원·국제철도연맹(UIC) 등을 거쳐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을 역임해 철도 전문가로 평가됐다. 2021년 11월 제10대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2년가량 남겨뒀다.

현재 나 사장은 작업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코레일은 2021년 11월 나 사장 취임 이후 철도 사고가 18건 발생했다. 지난해 코레일에서 발생한 작업자 사망 사고는 4건이다. 3월 대전 열차 사고에 이어 7월 서울 중랑역, 9월 고양 정발산역, 11월 의왕 오봉역 등에서 잇따라 작업자가 사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철도 사고는 총 79건으로 전년(64건)대비 23.4% 늘었다.

공운위가 해임안을 의결함에 따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임을 제청하게 된다. 하지만 나 사장은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2월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나 사장은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 "정부의 감찰 내용 중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재심 신청을 했으나 대부분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레일 대표로서 사고의 정확한 원인 분석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체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끝까지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사장은 전임 정부 때인 2021년 11월 임명됐다. 나 사장의 해임이 확정되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 사장의 첫 해임 사례가 될 예정이다. 나 사장은 이날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과 국토부는 이 같은 나 사장의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철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지난해엔 유례없는 탈선 사고가 많았고 이에 대한 사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국민의힘·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은 "이제 때가 됐다"며 "이 지경이 됐으면 결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위원회 소속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은 "사장 해임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을 실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교대제를 노사가 마음대로 바꿔 안전 작업에 투입하는 인원을 줄이고 근무 시간도 줄였다"며 코레일을 비판했다.
나 사장은 국토부에 '징계 재심의'를 요청해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 사장은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원 장관의 현장 행정에는 고준영 부사장 등 임원이 수행을 맡고 있다. 나 사장이 추진하던 임원 인사도 국토부에 의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