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韓·中 배터리 경쟁 본격화… 유럽 놓고 각축전
②K-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중국 꺾으려면
③中에 꼬투리 잡힐라… 배터리 광물 확보에 '정부 밀고 기업 끌고'
①韓·中 배터리 경쟁 본격화… 유럽 놓고 각축전
②K-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중국 꺾으려면
③中에 꼬투리 잡힐라… 배터리 광물 확보에 '정부 밀고 기업 끌고'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한·중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유럽은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이 높은 지역이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유럽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업계는 양국 업체 모두 유럽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CATL, 첫 해외 생산기지로 유럽 낙점… 영향력 높인다
내수를 기반으로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를 기록한 CATL이 유럽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18억유로(약 2조4800억원)를 투자해 건설한 독일 튀링겐주 아른슈타트 공장이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CATL 첫 해외 생산기지 아른슈타트 공장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8기가와트시(GWh)지만 향후 14GWh까지 늘어날 방침이다. 전기차 약 28만대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다. 생산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납품될 것으로 보인다.CATL은 아른슈타트 공장을 시작으로 유럽 내 생산기지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에 100GWh 규모 공장을 건설한다. 투자비는 73억4000만유로(약 10조1200억원)로 아른슈타트 공장의 4배가 넘는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터리는 BMW,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에 공급될 계획이다. CATL은 유럽 제3 공장 건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워진 만큼 CATL의 유럽 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CATL이 포드와 함께 북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IRA를 우회하는 편법인 점을 감안, 정치권 입김이 작용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공장 건설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외교적 후폭풍이 강해 같은 형식으로 공장을 추가 건설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CATL과 포드의 합작법인은 포드가 공장을 100% 소유해 운영한다. CATL은 배터리 생산 기술 등을 제공한 뒤 로열티를 챙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겉으로는 완전한 포드 자회사이기 때문에 IRA 혜택 대상이 된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인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중국 등 우려 국가 기업이 가공한 배터리를 사용하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것도 CATL의 유럽 사업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배터리 시장은 올해 40% 중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60% 중후반)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다. 중국(20% 중반)과 비교했을 땐 2배에 가까워 CATL이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유럽연합(EU)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 유럽 배터리 시장 성장률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유럽서 먼저 터 잡은 K-배터리… "북미와 함께 투트랙 공략"
국내 업체들은 CATL과 유럽을 두고 치열한 패권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CATL보다 앞서 유럽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70GWh 규모)을 통해 2018년부터 유럽 내 생산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은 오는 2025년까지 100GWh로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포드, 코치 등과 튀르키예에 25GWh 규모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헝가리 1·2공장(생산능력 미공개)을 운영 중인 삼성SDI도 조만간 헝가리 제3공장 착공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공장은 BMW와 합작법인 형태로 지어지며 BMW에 납품되는 차세대 배터리 셀을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다. SK온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 이반차에 30GWh 공장을 짓는다. SK온은 이미 헝가리 코마롬에 1·2공장을 건설, 총 17.5GWh 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업체보다 유럽 내 생산기지를 먼저 확보한 뒤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지만 CATL 추격은 매섭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은 가격이 비싼 대신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CATL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CATL은 저가제품 공세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37.0%)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IRA 등의 영향으로 북미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럽이 중국 다음으로 전기차 활성화가 많이 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업체로서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했다. "곧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와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된 유럽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