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유럽 물류 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8일(한국시각) 알기스 라타카스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항만공사 사장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머니S와 인터뷰하는 라타카스 사장. /사진=장동규 기자

글로벌 해운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양대 선사인 MSC와 머스크가 오는 2025년부터 '해운동맹'을 종료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다.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선사들이 체결한 해운동맹이 종료되면 저운임 노선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유럽 항만공사가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항만공사다. 클라이페다항만공사는 지난해 불어닥친 위기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고객' 벨라루스의 선박 없이도 선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동맹국이자 내륙국인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쟁 이전까지 클라이페다항구를 통해 비료를 수출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의 3분의1을 차지하던 벨라루스 시장을 잃은 클라이페다항구의 지난해 물동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머니S는 클라이페다항만공사와 유럽 물류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알기스 라타카스 클라이페다항만공사 사장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대사관에서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라타카스 사장이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앤트워프 항만공사, 사업 다각화 훌륭한 선례 남겨"

알기스 라타카스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항만공사 사장은 "항만공사가 전통적인 항만의 역할만 수행해서는 안 된다"며 "벨기에의 앤트워프항만이 우리에게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사진은 앤트워프항만 모습. /사진=로이터

-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의 관계는 우크라이나전쟁 이전인 지난 2020년에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리투아니아가 지난 2020년 벨라루스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비판하자 벨라루스는 자국 석유제품 약 200만톤을 러시아 항구를 통해 수출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는 모두 구소련 광궤 철도를 사용한다. 대다수 유럽 국가는 이보다 좁은 표준궤를 사용한다. 클라이페다항구가 내륙국인 벨라루스에 매력적인 이유다. 전쟁 이전부터 리투아니아·벨라루스 관계가 악화된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벨라루스 비료 컨테이너선은 클라이페다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등 교류가 꾸준히 이어졌다. 물론 지금은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대벨라루스 제재로 급감한 상태다.


- 클라이페다항구가 중계항을 고집해 물동량이 급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벨라루스와 관계 악화 직후 수출입화물 항구로 변모를 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클라이페다항구는 중계항으로서의 정체를 유지해야 한다. 지리적으로 우리는 매력적인 지역에 위치했다. 물론 과거 클라이페다항구가 동·서, 즉 러시아·벨라루스와 서유럽을 잇는 중계항이었다면 이제는 북·남을 잇는 중계항이 돼야 한다. 또 핀란드 헬싱키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가 철도로 이어질 예정이다. 클라이페다항구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클라이페다항구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항만운영사(PSA)의 경우 최근 물류회사 BDP를 인수했다. 또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는 항공화물기업 세나토 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등 해상·육상·항공 통합 물류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만공사가 전통적인 항만의 역할만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도 신사업에 나섰다. 해상 풍력발전 시설 건설이 대표적이다. 벨기에의 앤트워프항만이 우리에게 좋은 선례를 남겼다. 앤트워프항만공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수소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앤트워프항만공사는 컨테이너 적재 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100헥타르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 부지는 항구가 아닌 다양한 신사업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이다. 해상 풍력발전과 더불어 철도복합 화물기지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와 노력 덕분에 세계적인 선사인 MSC가 우리와 손잡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우리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클라이페다항구, 시장형 공기업으로 변모… 사업 다각화 청신호"

알기스 라타카스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항만공사 사장은 "시장형 공기업 사장으로 막강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은 라타카스 사장. /사진=장동규 기자

- MSC와 같은 선사와의 협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파나막스(파나마운하 통과가 가능한 선박의 크기)를 넘어 수에즈막스(수에즈운하 통과가 가능한 선박의 크기)를 수용할 수 있는 항구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덴마크에서 리투아니아 사이 수심은 최대 17m까지 개발 가능하다. 제약이 있는 셈이다. 수에즈막스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15.5m인 클라이페다항구 수심을 17m로 리모델링 할 예정이다. 아울러 MSC는 우리에게 수에즈막스 항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최대 포스트파나막스(컨테이너 3000개 이상)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항구를 요구했다.

- 앞으로 아마존·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선사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 변화 적응에 느린 공기업·국영기업이 점차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기업·국영기업이 정책 결정에서 보수적인 것은 맞다. 다만 클라이페다항만공사는 최근 시장형 공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시장형 공기업의 사장으로 막강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사업의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기쁘다.

- 항만·물류 시장에서 빅플레이어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투아니아의 인접국인 라트비아의 리가항만공사와 클라이페다항만공사의 협력이 중요해 보이는데.

▶리가항만공사는 협력 파트너다. 클라이페다항구가 도시의 중심에 있다면 리가항구는 민가와 거리가 멀다. 대규모 석탄 선적이 가능한 배경이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주요 의제로 협력하고 있다.

"환경보존·사업 다각화 양립 가능"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인더펜던스호. /사진=로이터

- 앤트워프항만공사는 환경보존과 사업의 다각화가 양립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동의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해상 풍력발전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이외에도 수소생산용전해조와 해안 전원 공급 장치(OPS)를 도입할 예정이다. 둘다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그만큼 환경보존이 중요하다. 환경보존 없는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 모델은 우리의 선택지에 없다.

- 앞서 리가항구를 협력 파트너로 칭했는데 대규모 석탄 선적이 대부분 클라이페다항구가 아닌 리가항구에서 이뤄지고 있다. 클라이페다항구 입장에선 벨라루스 물류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리가항구가 빼앗은 것 아닌가.

▶석탄과 철광석은 친환경 정책에 반한다. 클라이페다항구도 일부 석탄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이는 폴란드의 그단스크항만공사와 맺은 협약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에너지난을 극복하고자 폴란드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석탄을 들여오는 폴란드는 클라이페다항구를 통해 수입한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및 재기화 설비(FSRU) 인더펜던스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이유다. 인더펜던스호가 없었다면 리투아니아도 에너지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석탄을 대규모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인더펜던스호는 지난 2014년 한국 현대중공업의 기술로 건조됐다. 오늘날 한국이 대단히 특별한 이유다.

- 방금 인더펜던스호를 언급했다. 사장에게 한국이 갖는 의미는.

▶한국은 특별한 국가로 요약된다. 인더펜던스호가 이를 증명한다. 앞서 포스코 측 인사들과 만나 클라이페다항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에 포스코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들이 대거 클라이페다항구를 찾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