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지난해 역대급 실적 쓴 해운사
②해상운임 속절없는 폭락에 업계 '좌불안석'
③국내 해운업계 재편은 가능할까
①지난해 역대급 실적 쓴 해운사
②해상운임 속절없는 폭락에 업계 '좌불안석'
③국내 해운업계 재편은 가능할까
국내 해운업계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1위, 글로벌 8위 선사인 HMM과 에너지 수송 전문인 현대LNG해운 등 국내 주요 해운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사려는 곳이 없다.
HMM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방향타를 쥔 KDB산업은행이 헐값에 매각할 리 만무하고, 현대LNG해운은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구멍이 생긴다는 이유로 관련업계가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매각 작업
지난해 해운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시는 없을 만큼 화려한 실적을 거뒀지만 현재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해운 운임이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최대 5배 이상 뛰었다가 현재는 과거 수준으로 주저앉았다.해운업계의 관심사는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새 주인 찾기다. 운임이 고공행진할 때는 실적이 좋아지면서 몸값이 높아져서 매각이 어렵고, 반대로 운임이 맥을 추지 못할 때는 실적악화와 업황 불안이 걸림돌이다. 덩치도 너무 커져 매각이 쉽지 않다.
해운업계에선 HMM의 몸값이 10조원에 달한다고 본다. KDB산업은행(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보유한 지분가치만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 여력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력 인수후보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송사업 외에 원양 컨테이너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 그룹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덩치를 키울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그동안 독과점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해상물류 사업을 키우려 했다. 철광석과 철강 등 원자재와 제품 수송외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두 그룹은 HMM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국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매각할 수도 없다. HMM이 사실상 국내 유일한 국적 대형 선사여서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위기 상황에 각종 물자를 맡길 선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더욱 짙어졌다.
비슷한 논리로 현대LNG해운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현 HMM)의 LNG사업부가 분리 매각되며 설립된 이 회사는 해운업계가 직접 나서 해외 매각을 반대했다. 국내 LNG 수입의 10% 이상을 책임지는 만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해외 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예비입찰에 미국, 그리스 등 외국계 선사가 참여하면서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HMM이 재인수를 추진하고 나섰다. HMM은 최근 현대LNG해운 인수를 위해 이사회를 열고 매각 본입찰에 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1년에도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KDB산업은행이 반대했다. 이번엔 현대LNG해운의 매각주체인 IMM컨소시엄이 HMM의 입찰가를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5000억원을 희망했지만 당시 입찰가가 이에 미치지 못해 성사되지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는 HMM이 현대LNG해운을 인수하면 컨테이너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앞으로 HMM을 인수할 후보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각국 정부 개입으로 업계 재편 가속화
컨테이너 운송 수요가 줄면서 해운 운임이 곤두박질치자 글로벌 해운사들은 일부 선박을 '드라이독'으로 보내고 있다. 드라이독은 선박을 수리하거나 청소하는 공간이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유휴 컨테이너 선단은 전체의 6.2%며 그 중 드라이독으로 보내는 건 절반이 넘는다.
연초엔 운임 급락으로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일부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채우지 않은 상태로 운항하기도 했다. HMM은 이 같은 선박을 튀르키예 지진 구호물품을 보내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 재편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글로벌 해운 동맹이 재편된 이후를 대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시적으로 큰 이익을 본 해운사들도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는 지난해 같은 호황은 다신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해사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은 3대 얼라이언스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문제 삼았고, 정기선사들은 적재공간이 있다면 화주의 운송 요청 시 거절할 수 없는 법을 발효했다"며 "그동안 해운동맹을 통해 선박공동사용이나 노선조정 등의 전략을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적용이 어려워지는 만큼 국내 정기선사의 경영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