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들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아래 재건축 사업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최대 800%의 용적률을 적용, 최고 70층에 200m 높이까지 올릴 수 있어 초고층 스카이라인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개발 호재에 건설업체들의 시공권 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사업이 사업성과 상징성 등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업체들의 수주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 일대는 1970년대 준공, '반백살'쯤 되는 아파트가 많다. 시범·공작·광장·한양아파트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인 한양아파트는 사업시행자로 KB부동산신탁을 지정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975년 준공된 588가구 규모의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앞서 한양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 통과를 시작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의도 마스터 플랜 발표 보류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도입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지난 2021년 11월 해당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한양아파트는 신통기획 사업을 통해 지하 5층~지상 56층, 공동주택 956가구(임대 109가구 포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 6월 2일 찾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단지 입구엔 차단봉이 내려져 있었고 '주차장 이용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외부 차량에 대해 20분 초과 주차 시 이용요금을 내도록 하는 등 보기 드물게 주차료를 받고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의 아파트 외벽은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졌거나 금이 간 곳도 있었다. 단지 내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해 이중주차도 쉽게 발견됐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1가구당 차를 2대 보유한 경우가 많아 퇴근 시간대에는 이중·삼중 주차가 기본"이라며 "아파트도 너무 오래돼 불편함도 컸는데 사업이 무사히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의도 재건축, 속도가 관건… 신탁방식 선호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직접 조합을 구성하는 다른 지역 사업장들과 달리 대부분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각종 비리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조합보다는 신탁방식이 전문성·안전성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다고 들었다"며 "최근 추가분담금 문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신탁사는 이러한 부분을 예측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어 조합에서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사업 과정도 투명해 신뢰성도 확보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은 조합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보다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신탁사에 주는 수수료가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신탁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평균 3~4% 내외로 알려졌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진위원회·조합설립이 생략돼 시간이 단축되고 분쟁과 갈등의 소지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분쟁이 줄어들면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을 추진·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감안한다면 여기에 드는 간접적인 비용과 신탁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비용을 비교해 판단을 내리면 된다"고 조언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 뛰어넘을까… 3.3㎡당 6000만원대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가는 3.3㎡당 6000만원대로 추산됐다. 이는 재건축 단지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12층 일반분양가 3.3㎡당 5653만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구보에 따르면 한양아파트 3.3㎡당 일반분양가는 5998만~6068만원 선이다.
확정될 경우 한양아파트 주택형별 일반분양가는 ▲59㎡(이하 전용면적) 15억7139만원 ▲84㎡ 22억1913만원 ▲110㎡ 28억5184만원 ▲119㎡ 30억8833만원 ▲139㎡ 35억6819만원 ▲149㎡ 38억767만원 ▲221㎡ 55억9773만원 등이 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추후 분양가는 이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추정분담금도 고시됐다. 한양아파트 149㎡ 이상 소유주가 84㎡를 분양받으면 10억5300여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고 221㎡를 분양받으면 16억여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다만 고시된 분담금 역시 추정액으로 향후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감정평가 등 최종 확정된 분양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대건설 "여의도에 디에이치 심는다"… 수주 의지 확고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양아파트는 6월 중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여의도 재건축 추진단지 가운데 첫 시공사 선정으로 대형건설업체들의 수주 경쟁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현재 한양아파트 수주전에 관심을 보인 업체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이앤씨 등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경우 이달 초 직원들이 여의도 일대 환경정화 활동에도 나서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양아파트가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의지를 갖고 수주에 임하고 있다"며 "한양아파트 입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계를 검토한 뒤 필요 시 일부 조정 후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KB부동산신탁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건설업체 모두 관심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소유주들이 원하는 만큼 대부분 입찰 과정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를 구상한 계획안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정비계획변경 인가를 얻는 게 목표"라며 "설계 부분은 정비계획안에 나와 있는 기본 설계가 현재 기준에 맞춰 최적화한 것이지만 추후 시공사들이 제시하는 대안도 검토하고 소유주들의 의견도 수렴한다면 설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