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이 대표.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향한 정치 수사와 관련해 "불체포권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보인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해 300번도 넘게 압수수색을 해온 검찰이 성남시와 경기도의 전·현직 공무원들을 전수조사하고 강도높은 추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불안을 일으키는 것인가 생각한다"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구속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에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대표의 깜짝 발언에 여야를 불문하고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계파와 상관없이 이 대표의 결단을 높이 샀으나 국민의힘 측은 "몰염치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이에 머니S는 하루종일 뉴스면을 장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19일 오늘의 화제 인물로 선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내용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이 대표. /사진=뉴스1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언론에 사전 공유된 연설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설문 초안에는 없던 내용으로 이 대표도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대표연설) 임박해서 들어간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발언에 장내가 소란해졌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국회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왜 이 시점에 결단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쟁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하고, 당이나 정치 집단들의 이익이 아니라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할 때여서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과 함께 정부 여당에 거센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을 회유 협박하는 데 국가역량을 소진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를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갇히는 게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방탄 논란'을 정면 돌파하며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 전 인사를 하는 이 대표. /사진=뉴스1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자신을 둘러싼 '방탄 논란'에서 벗어나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고 대정부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히 임해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검찰의 탄압에서 비롯됐음을 국민 앞에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며 '방탄 정당'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 역시 '이래경 혁신위 좌초'와 관련해 책임론이 불거져 대표직 사퇴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위기에 처한 이 대표가 불체포권리 포기를 통해 비명계 반발을 잠재우고 당내 통합을 이뤄내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검찰 수사와 공판을 거친 이 대표가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과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읽고 있는 김 대표.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었다. '대전환의 시대 퇴행을 거슬러 내일을 창조하자'라고 제목에 써놨지만 그 내용은 '역행의 민주당, 진보를 거슬러 퇴행을 자초하다'라고 읽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이 대표는 자신의 불법과 비리를 여전히 정치 탄압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언급하며 쇄신의 모습, 개혁적 모습을 연출하려 애썼지만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겹겹이 방탄조끼를 입어놓고서 사과 한마디 없이 큰 결단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제 와서 구속영장이 오면 응하겠다는 모습은 5분 신상발언을 보는 듯한 몰염치의 극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