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8개월 만에 11% 떨어진 달러… 원화 강세 하반기까지 간다
② 엔화 약세에 뜨거운 '엔테크'… 지금 사도 될까
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2.25%p까지?… 시험대 오른 이창용
④ '환율 관찰국' 불안한 외화보유고, 한일 통화스와프로 해결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치솟았던 달러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약세 늪에 빠졌던 원화가 단숨에 강세로 돌아섰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30원까지 내려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둔다. 올해 최저점인 지난 2월2일 1227원에 근접한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8개월 만에 1440원→1300원

1300원대를 유지해 오던 원/달러 환율은 6월13일 1272.00원까지 떨어졌다. 최고점(1442.50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14일보다 170.50원 하락, 8개월 만에 11.8% 떨어진 셈이다. 이후 6월23일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가 약해진 배경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달라진 통화정책 탓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를 돌파한 후 올 5월 4%로 떨어졌고 연준은 15개월간 지속했던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원화가 '반짝 강세'를 보인 것도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고한 시점부터다. 지난 6월9일부터 22일까지 약 2주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움직였고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56에서 102.9로 0.66(0.63%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달러인덱스가 104.52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6개월 새 1.54%포인트 감소한 셈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후 미국의 대형은행 위기설에 하락했고 1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흐름에 하반기 원/달러 환율 최저점을 1180원까지 내려 잡았다. 지난 4월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화 몸값을 키울 것이란 기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상품수지는 4억8000만달러 흑자로 지난해 9월(7억5000만달러) 이후 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국내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은 지난 1월에서 4월까지 33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21억달러(63.63%)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2억달러 감소했고 운송수지는 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면서 원화 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조3353억원을 매수했다. 올들어 6개월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1조904억원어치를 사들였고 SK하이닉스는 1조6594억원어치 매수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난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원화 강세의 재료로 활용돼 원/달러 환율 연저점은 1180원, 평균 1200원 초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돼 하반기 환율은 1230원대까지 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은 하반기 12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다가 하반기 12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중앙은행 금리 인상, 위안화 변수

원화 독주를 가로막는 변수는 기축통화 달러의 가치 상승이다. 최근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 튀르키예 등 글로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고 미 연준은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4.50%→5.00%)과 노르웨이(3.25%→3.75%)는 지난 6월2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했고 같은 날 스위스(1.50%→1.75%)는 0.25%포인트 올리는 등 긴축을 가속화했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사진=뉴스1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 토마스 조던 총재는 "이번 인상이 끝은 아니다"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고 노르웨이 중앙은행인 노지스뱅크도 성명에서 "8월 또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50%에서 15.00%로 6.50%포인트나 대폭 올렸다. 튀르키예가 금리를 올린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의 금리 역주행을 종결했다.

같은 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경기가 예상대로 회복한다면 기준금리는 두 번 인상하는 게 정확한 추측"이라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원들은 기준금리가 최종금리 근처에 왔지만 금리인상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로 영국(5.00%) 캐나다(4.75%) 호주(4.1%) 유로존(4.0%) 노르웨이(3.75%) 스위스(1.75%)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럽 중앙은행의 잇따른 긴축 속에 외국인 자금 유출이 우려됨에 따라 나 홀로 동결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원화와 함께 움직이는 위안화의 하락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위드 코로나' 전환 후 경기 불황이 더해져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다. 지난 6월23일 달러화대비 위안은 7.22위안으로 심리적 저항선(7.2위안)을 간신히 지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10개월 만에 인하하면서 유동성을 공급, 경기부양에 나섰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를 밑돌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낮췄고 JP모건은 5.9%에서 5.5%로 내렸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는 5.8%에서 5.4%, 스위스 UBS는 5.7%에서 5.2%로 각각 내려 잡았다.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상관관계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른 파급효과가 최대 변수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은 대중국 경상수지는 2021년 234억1000만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8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2001년(7억6000만달러) 적자 기록 후 2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반도체 의존도가 낮아졌고 원화와 위안화가 탈동조화 현상이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그동안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는 한국이 중국에 기술 중간재를 수출하는 등 경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대중 수출 비율이 2018년 26.8%에서 올 1분기 19.5%로 떨어지는 등 대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위안화 약세 속에 원화의 강세 독주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