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제78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집단 우크라이나 어린이 유괴 사건을 강력히 비판했다. 러시아의 식량가격·원자력 무기화도 지적했다.
지난 19일 미국 CNN 방송, 영국 매체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수만 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러시아에 납치됐다가 나중에 추방된 수십만 명의 아이들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러시아를 크게 비난했다. 이어 "국제형사재판소는 해당 범죄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우리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에 납치된)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배우게 될 것"이라며 "가족들과의 모든 유대관계가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분명히 대량학살"이라고 확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탈퇴한 사건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식량 가격 무기화를 규탄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서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점령한 영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한 인정을 대가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자국 식품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임시 해상 수출 통로 개설에 대한 지원을 각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제한과 관련해서는 '러시아를 돕는 행위'라며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치적 연극으로 결속을 표현한 우리의 유럽 친구들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배우를 위한 무대 마련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원자력에 대한 무기화도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신뢰하기 힘든 원전 건설 기술을 퍼뜨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발전소를 더티밤(dirty bomb·더러운 폭탄)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러운 폭탄'이라는 뜻의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으로 방사성 물질을 퍼트리는 특징이 있다. 피폭자는 물론 피폭 지역을 장기간 오염시킨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직접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사전 녹화한 연설을 UN에 보낸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에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