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 경복고등학교 정문. /사진= 지선우 기자

"불고기를 해주고 싶어요. 딸이랑 단둘이 가까운 해외로 여행이라도 가면 좋겠네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창 치러지고 있는 지난 16일 오후 3시 무렵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고등학교(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 앞은 경찰차 한 대만 서 있을뿐 조용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긴 했지만 다행히 기온은 영상권으로 크게 춥지 않았다.


비도 피하고 잠시 휴식도 취할 겸 경복고 정문 앞에 위치한 C카페로 들어갔다. 기자가 들어서기 전까지 창문으로 경복고 정문을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던 카페 사장 나모씨(여·50대)에게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며 "누가 경복고에서 시험을 치르냐"고 물었다. 나씨는 경복고는 아니지만 둘째 딸이 다른 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치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딸이 재수하며 고생했는데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능이 끝난 오늘 딸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냐고 묻자 나씨는 "오늘 저녁에는 딸이 좋아하는 불고기를 해주며 푹 쉬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그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가까운 곳으로 단둘이 여행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되면 국내 가까운 곳이라도"라고 말문을 흐렸다. 나씨가 딸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수능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경복고 정문 앞으로 부모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진= 지선우 기자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굳게 닫힌 정문 앞으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가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경복고 근처에 위치한 교회 처마 밑에는 부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몇몇은 아이가 쓸 우산까지 양손에 들고 있었고 한 아버지는 핸드폰으로 올해 수능 난이도에 대한 뉴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기자는 홀로 서 계신 어머니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A씨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오후) 4시40분은 넘어야 나올 텐데"라고 혼잣말했다. 이제 시험이 끝나가는데 어떠냐고 묻자 A씨는 "우리 아들은 예체능이라 수능이 끝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아침에도 왔는데 아들이 아침에 종이도시락을 싸간 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아들이 수능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오면 밥도 해주고 편하게 쉬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고 부모, 친구들과 만난 학생들. 수능이 끝난 해방감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지선우 기자

"이제 진짜 끝났다!"

종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힌 정문이 열리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한 학생은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 "이제 진짜 끝났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정문 밖으로 나오는 아들을 보고 한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들을 끌어안고 고생했다고 연거푸 말했다.

수험생 최모군(19)은 수능이 끝났는데 오늘 저녁에 뭐를 먹고 싶냐는 질문에 "아빠랑 회에 소주를 먹고 싶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는 "수능이 끝나서 너무 후련하기는 한데 제가 성악 전공이라 1월이 지나야 시험이 사실상 끝난다"고 덧붙였다.

신모군(19)은 "수능은 끝났지만 예체능 전공이라 이 긴장감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저녁에 가장 먹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웃으며 "왠지 달달한 스콘이 생각난다"고 답했다. 이어 "어렸을 때 유럽여행 갔던 게 아직도 생각나는데 그때 아버지는 (생업 때문에) 같이 못 갔다"며 "(실기를 마치고) 이번에는 아버지도 함께 온 가족이 유럽여행을 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수능이 끝나고 경복고 앞에 붐비는 차량. 경찰이 교통 정리를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사진= 지선우 기자

수능이 끝나고 경복고 근처 도로는 취재 차량과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의 차량으로 붐볐다. 경찰관은 도로 곳곳을 뛰어다니며 분주하게 교통을 정리했다.

경찰은 이날 인력 1만1265명과 순찰차, 오토바이 등 장비 2681대를 동원해 수험생을 지원했다. 경찰 차량 에스코트, 물품 전달 등 214건의 수험생 편의 제공에 나섰다. 또 3교시 듣기평가 시간대 시험장 주변 소음 유발 차량을 원거리 우회시키는 등 교통관리도 담당했다.

지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교육과정 밖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