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고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피벗(정책전환)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연준은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며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한국은행 역시 올 상반기 안에 금리 인하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섣불리 전환했다가 물가 안정이 무산되는 '라스트 마일 리스크'를 미 연준과 한은은 경계하고 있다.


다만 연준은 이르면 올 2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한은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켜본 뒤 올 하반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30~31일(현지 시각)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9월에 이어 11월, 12월, 이달까지 4회 연속 동결이다. 여전히 한국(3.50%)보다 2.00%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이번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긴축 기조를 반영하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 문구가 삭제된 것이다. 사실상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종결됐다는 얘기다.


다만 문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장기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 진전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현재 승리를 선언할 시점이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3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고 경로가 불확실하다"며 선을 그었다.

즉 연준은 올해 안에 금리 인하에 나서겠지만 서둘러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이달 9연속 동결 확실시

미국이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했지만 연준의 4차레 연속 금리 동결과 파월의 발언 등으로 한은도 오는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에서 9차례 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한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언제로 두느냐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경기 부진 우려가 높지만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차가 7개월째 2.00%포인트 유지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췄다가는 한미 금리 역전 차가 사상 최대인 2.25%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여전히 높고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황 역시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공요금 인상과 유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1095조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시기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이후라는 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달 전까지만 해도 80%대였지만 이날 53%로 축소됐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은 올 6월부터 연내 4차례(총 1%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용지표가 악화하면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며 "이후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부터 한 분기 후행해 이르면 7월 금리 인하에 나서 올해 2차례(총 0.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